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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인사이트> 흡연규제에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 전자담배 시장
고일훈 코트라 뉴욕무역관 차장
최근 한국에서는 금연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TV 드라마에서 흡연이 사라진지 오래고 공원, 버스정류장, 지하철역 등 공공장소에 금연구역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뉴욕시에서는 2003년 3월 시행된 금연법(Smoke Free Air Act)에 따라 모든 사무실, 식당, 주점, 쇼핑몰 등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금지됐다. 공원과 해안, 광장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뉴욕시는 담배 구매 허용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높이고 담배를 가판대나 진열대에서 배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뉴욕시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흡연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제출한 2014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담배에 부과하는 연방 담배세를 현행 한 갑당 1.01달러에서 1.95달러로 무려 94센트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 2009년 4월에 39센트에서 1.01달러로 올린 이후 두 번째 인상으로 인상폭은 2009년에 비해 훨씬 커졌다.

이러한 강력한 흡연규제 정책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로 금연을 시도하는 미국인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담배 대용품으로 전자담배를 찾는 미국인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 전자담배협회에 따르면 2008년 2000만달러에 불과했던 미국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불과 4년 만인 2012년에 5억달러까지 성장했으며 올해는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900억달러로 추산되는 일반 연초담배 시장에 비하면 매우 작은 규모지만 그 성장률은 눈부시다.

미국 웰스파고증권은 향후 5년 내 미국 전자담배 시장규모가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성인 흡연자들의 21%가 전자담배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0년(10%)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금까지 미국 전자담배 시장은 주로 앤조이, 블루이식스, 로직 등 중소업체들이 주도해 왔는데 최근 전자담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형업체들도 전자담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말보로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 최대 담배제조 업체인 알트리아그룹은 지난 8월 ‘마크텐’이라는 전자담배를 출시했고 업계 2위인 레이놀즈아메리칸은 최근 전자담배 브랜드인 ‘뷰즈’의 판매망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3위 업체인 로릴라드는 전자담배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미국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블루이식스를 1억35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이처럼 전자담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전자담배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담배는 일반 연초담배에 비해 건강에 덜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초담배는 연소과정에서 타르 등 독성물질이 발생하지만 전자담배는 건전지를 이용해 액상의 니코틴을 가열해 독성물질 없이 니코틴만을 흡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담배 역시 중독성이 강하고 많은 양의 니코틴을 흡입하기 때문에 일반 연초담배와 같이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뉴욕, 캘리포니아 등 미국 40개 주의 검찰은 미 식약청(FDA)에 보낸 서한을 통해 전자담배 업체들이 만화를 이용한 광고와 과일향을 첨가한 제품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흡연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은 일부 주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거나 공공장소에서의 전자담배 사용을 제한하고 있을 뿐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는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FDA는 오는 10월 말까지 전자담배 온라인 판매 금지, 구매연령 제한, 광고기준 설정 등을 골자로 하는 전자담배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FDA의 전자담배 규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 전자담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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