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법무부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3월 대법원 국민사법참여위원회가 의결한 판사의 배심원 평결 존중 및 가중 다수결 평결기준안 등이 포함됐다. 최근 공직선거법 관련 국민참여재판에서 잇따른 무죄평결이 나오자, 배심원 평결방식 및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국민참여재판법 개정안에는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검사가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국민참여재판절차를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이 회부결정을 내릴 경우, 피고인은 의견진술 기회만 주어질 뿐, 불복할 수 없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둘째, 배심원 평결의 법원 기속력이 불명확하다. 평결을 존중하라고만 명시되어져 있기 때문이다. 절차 또는 내용상 관련규정 위반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는 제외된다. 셋째, 평결불성립의 경우, 판사가 전권으로 판결한다. 배심원의 의견을 참고할 뿐, 법원 기속력은 없다. 사실상 배심원의 역할이 축소된다. 강화된 평결기준(4분의 3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형사재판 배심원제도는 피고인의 인권보호에 초점을 맞춘다. 연방헌법에서 보장되는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이다. 징역 6개월 이상의 처벌이 가능한 모든 형사사건을 대상사건으로 한다. 소송절차에 두루 걸쳐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피고인만이 신청 및 포기할 수 있다.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장치이기 때문이다. 포기할 경우, 연방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찰의 동의 및 법원승인이 필요하다. 둘째, 불일치배심(Hung Jury)이 발생하면, 피고인은 석방된다. 혐의 자체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원할 경우, 새로운 배심원단이 구성되고 재판이 다시 열린다. 셋째, 배심원 무죄평결이 나올 경우, 검찰은 항소할 수 없다. 미국식 일사부재리 원칙인 더블제퍼디(Double Jeopardy) 헌법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판사는 유죄평결에 한해서만 증거능력 부족 등의 사유로 배심원 평결결과와 다른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 넷째, 피고인이 유리한 재판지를 선택하는 ‘포럼쇼핑(forum shopping)’이 허용된다. 피고인이 재판지 변경신청을 하면, 법원이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연방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에게 불리한 배심원 편견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반드시 변경해야 한다.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한 법률개정이 필요하다. 첫째, 배심원의 수를 최대 12명으로 늘려야 한다. 지방법원 관할구역 내 거주민들의 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함이다. 둘째, 지방법원 지원 합의부도 관할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 국민참여재판법 제10조의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 이송 및 전속관할 관련조항을 삭제하면 된다. 셋째, 피고인에게만 관할이전 신청을 허용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5조의 관할 이전 신청조항에서 검사의 신청권을 제외하고 준용하면 된다. 범죄의 성질, 지방의 민심 등으로 재판의 공평을 유지하기 어려운 염려가 있는 경우가 해당된다. 국민참여재판의 운영상 제도개선과 더불어 배심원 평결의 법원 기속력 강화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할 때이다.
(안준성 경희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