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틀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해
국민들 ‘민생 외면 집단’으로 봐
새로운 시대정신과 비전 필요
기득권 버리고 뼈깎는 혁신을…
국민에게 정치가 걱정거리가 된 지 오래지만, 요즘처럼 절망하는 시기도 없으리라. 이런 가운데 야당에 대한 절망과 안타까움은 야당 지지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까지 깊게 배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시중의 화두는 ‘민주당에 희망이 있는가?’다. 서운하겠지만 많은 사람이 불행하게도 “아니다”고 답한다. 단, 이 상태로 계속 간다는 전제조건에서다.
#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취임 이후 고군분투해 왔다. 변화와 혁신의 폭풍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외치면서 당원 중심 정당과 민생 노선으로 과거와 다른 길을 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당 혁신과 민생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댓글 사건이 터지면서 이 구상이 흐트러지고 장시간 장외 투쟁을 하며 대여 투쟁 선봉에 섰다. 그러나 내심 기대했던 화성 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멘붕’이 됐다. 다시 전과 같이 민생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도, 이번 주말에 대규모 장외 집회에 나가기로 했다. 다른 방도가 없는 모양이다. 속수무책인 셈이다.
# 얼마 전 젊은 기자를 전철에서 만났다. “요즘 민주당은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과거처럼 당 이름을 바꾸거나 한두 사람 바뀌어서 될 일은 아닌 거 같습니다. 그냥 답답해 보여요.” 어느 택시기사는 걱정했다. “사람들이 민주당 되게 싫어해요. 살기 어려운데 왜 그렇게밖에 못하느냐고.”
이에 대해 며칠 전 한 토론회에서 최장집 교수는 추구할 이념과 비전 부재, 정책 프로그램 결여, 파당으로 인한 분열을 민주당 문제로 지적하면서 떡고물이나 바라는 정당이라고 혹평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선거와 총선거ㆍ지방선거를 통해 분야별 공약을 수없이 발표해 왔고, 복지나 경제민주화 이슈도 선점해 발표해 왔다. 정책이나 비전이 없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이 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왜 이 지경까지 됐는가?
가장 큰 문제는 과거의 틀에서 전혀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공방을 민생 외면이라고 보는 의견이 52%나 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국정원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은 잘 알면서도 국정원 문제에 올인하는 민주당을 ‘민생을 외면하는 집단’으로 불안하게 보는 것이다. 국정원 선거 개입을 밝혀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드는 것은 긴요하다. 그러나 극도로 나빠지고 있는 민생 경제와 불안한 국제 정세에 대한 책임 있는 대책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투쟁에 몰두한다는 인상을 주면 정부 여당의 실책에 대한 반사이익도 얻지 못하고 지금의 침체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 두 전직 대통령은 민주당의 알파이며, 오메가였다. 민주당을 만들고 키워 온 자양분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시대 상황이 크게 변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다. 키워준 알을 깨고 도약하는 새로운 시대정신과 비전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를 극복 못한다고 하면서 민주당은 어떤지 돌아봐야 한다.
이를 실천할 새로운 사람들이 필요하다.
민주당에는 사람들이 편향돼 있다. 우리의 새로운 시대를 반영할 사람들이 적고, 또 필요한 사람들이 오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시대정신이 민주당에 꼭 필요하다.
새로운 유능한 각계각층의 인재가 오고, 그들이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어낼 토양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구성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뼈를 깎는 내부 혁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에는 희망이 없다.
헤럴드경제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