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최고 부자도시는 어디일까? 1인당 GDP 기준으로 보면 어얼뚜오스(卾尔多斯), 동잉(东营), 다칭(大庆) 등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들이 부자도시 순위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선도하며 일찍부터 부자도시로 알려진 선전(深圳)도 이들 도시에 밀려 5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의 최대 경제 도시인 상하이(上海)도 1인당 GDP 기준으로 보면 1위인 어얼뚜오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부자도시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어얼뚜오스와 빠오터우는 막대한 석탄 생산으로, 유전도시인 동잉과 다칭은 석유로 경제력을 확보했다. 선전, 광저우, 다롄, 주하이는 지리적 위치를 활용한 대외교역과 물류로, 그리고 우시, 수저우는 공업생산력을 기반으로 부를 쌓았다. 그런데 동잉, 다칭 등 우리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이들 부자도시에 남보다 한 발 앞서 진출해 성공한 우리기업들이 있다.
액셀파이프를 생산하는 한국의 대영화학은 2001년 산동성의 동잉시에 진출했다. 외국기업으로는 동잉시에 투자한 1호 기업이다. 2003년 동잉시 정부는 공무원 아파트 약 6만 세대를 신축할 계획을 추진했는데 기존 설계에는 라디에이터 난방을 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다. 대영화학은 이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에 라디에이터와 액셀파이프를 활용한 온돌 난방의 열효율을 비교 실험하는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동잉시 정부는 외국기업이기는 하지만 대영화학의 제품이 효율면에서 월등히 뛰어난 점을 평가해 설계를 변경하면서까지 제품이 납품될 수 있도록 했다. 대영화학은 이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성공적으로 중국에 진출할 수 있었다.
2007년 성도건설은 다칭시 삼영호(三泳湖) 주변의 개발권을 획득했다. 총 76만2800㎡ 건설 용지에 주택, 호텔, 상가, 생태공원, 학교, 골프장 등 건평 114만4050㎡에 이르는 큰 공사다. 한국 건설업체가 중국에서 진행 중인 사업 중 최대 규모로 신도시 개발에 버금가는 이 프로젝트는 1기공사를 이미 완료했다. 다칭 시민들의 여유로운 경제력으로 인해 분양은 성공적으로 마쳤고 현재 2기 공사를 진행중이다. 성도건설은 이러한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기업 중에는 포스코 건설 등 일부 대기업만 가지고 있는 중국내 종합건설 면허인 총승포 자격을 구비하고 있으며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을 시공하기도 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은 개혁 개방이후 국가의 경제 발전 전략으로 선부론(先富論)에 입각해 지역적으로는 점ㆍ선ㆍ면(點ㆍ線ㆍ面) 전략을 채택해 추진했다. 국토의 면적이 워낙 넓어 중국 전역을 한꺼번에 경제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보니 선전(深圳), 주하이(珠海) 등 남부의 특구도시를 먼저 개방해 발전(점 전략)시켰다. 그 여력을 상하이, 베이징 등으로 확대해 연안지역을 발전(선 전략)시키고, 연안지역의 발전 여력을 다시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는 서부대개발 계획등을 추진(면 전략)했다.
중국의 경제 발전과 더불어 중국의 부자도시들은 앞으로도 계속 순위를 바꿔 가며 많이 생겨날 것이다. 앞의 사례와 같이 우리 기업들도 기업 특성에 맞는 도시에 우선 진출해 기반을 확보한 후 이를 중국전역에 확대하는 점ㆍ선ㆍ면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김두희 코트라 다롄무역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