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배우 알리시아 실버스톤이 올 여름 자신의 남은 모유 나눔 캠페인을 벌이더니, 최근 미국에서는 산모들로부터 남은 모유를 공급받아 최초로 제품화한 모유 살균 농축 회사가 등장했다. 350ml에 3만원(제품팩은 1/7로 농축한 50ml짜리)이라는 ‘공정가격’까지 메겨졌다.
우리나라에도 오지랖을 넓혀 남는 모유를 나누거나 거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내의 젖이 계속 나와, 아기에게 충분히 먹이고도 짜내는데 지친 어느 남편이 산부인과 병실를 돌아다니며 “아기 젖 부족하신 분~ 우리 마누리 젖이 남아돌아요”라며 ‘모유 나눔’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의 ‘오지랖 일화’가 몇 년전 엄마들 사이에 회자되기도 했다.
국내 한 나눔 사이트에는 모유 저장팩 비용만 주면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아기엄마, 160ml가 든 모유팩 30개를 5만원에 팔겠다는 산모 등의 P2P 거래가 활발하다.
모유는 아기에게 가히 완전식품이자 만병통치약이다. 모유 속에는 기초 영양분 뿐 만 아니라 항체, 항염증 물질이나 세포, 효소, 호르몬 등도 함유돼 아기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고, 잔여물이 남지 않아서 아기의 위 기능을 원활하게 만든다. 당분이 함유된 일부 분유는 잔여물이 남아, 아기 비만, 소아당뇨의 원인이 되지만 모유는 그럴 걱정이 없다고 한다. 예찬론자들은 치아 발달, 시력 향상 등에도 좋고, 정서안정, 사회성 발달은 물론 IQ 향상 효능도 있다고 칭송한다.
하지만 한국의 모유수유율은 일조량, 운동량, 수면량 등과 함께 OECD 국가 중 꼴지를 기록하고 있다. 창피함, 몸매관리를 의식하는 엄마들이 많고 직장맘에게 수유할 곳이 마땅치 않은 환경적 요인도 있는데다, 여러 이유로 젖이 나오지 않는 산모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1년 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완전 모유수유율은 26.8%에 불과하다. 대졸 이상 엄마들은 10%대라고 한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한국BFHI(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만들기 운동)위원회는 모유수유율 70%를 넘는 산부인과 병원에 대해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이라는 인증까지 내 주고 있지만, ‘사회적’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그래서 모유 나눔 캠페인이 고개를 드는데, 사적 거래는 뜻은 좋지만 위험하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위생 살균 문제도 있고, 공여자의 병력(病歷) 등 검증하기 어려운 점도 많다는 것이다.
산모들이 내놓는 모유를 제대로 검사하고 살균처리해 믿고 나눌 수 있는 ‘모유 은행’을 정부 차원에서 더 많이 만들고 관리한다면 ‘착한 오지랖’의 참뜻이 더욱 빛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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