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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모유 나눔
오지랖은 ‘저고리의 앞자락’이다. 산모가 옷고름을 자주 풀어내 아기는 물론 남의 아기까지 젖 먹이는 모습에서 ‘오지랖이 넓다’는 말이 나왔다. 즉 ‘모유 나눔’이 본래 뜻이다.

미국 영화배우 알리시아 실버스톤이 올여름 자신의 남은 모유 나눔 캠페인을 벌이더니, 최근 미국에서는 산모들로부터 남은 모유를 공급받아 최초로 제품화한 모유 살균 농축회사가 등장했다.

우리나라에도 남는 모유를 나누거나 거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내의 젖이 계속 나와 짜내는 데에 지친 어느 남편이 산부인과 병실을 돌아다니며 “우리 마누리 젖이 남아돌아요”라며 ‘모유 나눔’에 응할 것을 호소했다는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의 일화가 엄마들 사이에 회자되기도 했다.

국내 한 나눔 사이트에는 모유 저장팩 비용만 주면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아기엄마, 160㎖가 든 모유팩 30개를 5만원에 팔겠다는 산모 등의 P2P 거래가 활발하다.


모유 속에는 기초 영양분뿐만 아니라 항체, 항염증 물질이나 세포, 효소, 호르몬 등도 함유돼 성장 발육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아기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한다.

하지만 한국의 모유 수유율은 OECD 국가 중 꼴찌다. 창피함, 몸매관리를 의식하는 엄마들이 많고 직장맘은 수유할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여러 이유로 젖이 나오지 않는 산모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유 나눔 캠페인이 고개를 드는데, 사적 거래는 위생관리, 공여자 병력(病歷) 검증 등이 미흡하므로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다. 공여된 모유를 제대로 검사하고 살균 처리해 믿고 나눌 수 있는 ‘모유 은행’을 정부 차원에서 더 많이 만들고 관리한다면 ‘착한 오지랖’의 참뜻이 더욱 빛나지 않을까.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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