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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최악 태풍피해 필리핀에 아낌없는 지원을
초강력 태풍 하이옌이 할퀴고 지나간 필리핀 레이테이주의 주도 타클로반은 하루 사이 ‘죽음의 도시’로 변해버렸다. 대부분 주택과 도로가 뜯겨져 날아갔고, 홍수에 떠밀려 온 수 백구의 시체가 도심 곳곳에 널부러져 있다고 한다. 하이옌의 최대 순간 풍속이 무려 시속 379㎞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고속열차보다 빠르니 모든 게 온전할 리 없었을 것이다. 이번 태풍으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이 이미 1만2000명이 넘었다고 필리핀 당국은 밝혔다. 태풍과 함께 폭풍 해일이 겹쳐 피해가 더 컸다. 직접 피해를 당한 주민은 눈물 흘릴 힘조차 잃고 절망에 빠졌다.

그러나 통신과 교통이 두절돼 구조대와 치안당국의 접근이 쉽지 않아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외신이 전하는 현지 상황은 그래서 더 참혹하다. 공항과 항만시설이 모두 파괴됐고, 도로는 건물 잔해와 쓰레기 등으로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를 복구할 인력도 장비도 턱없이 부족해 각종 물자가 제대로 공급될 리 만무하다. 의료용품과 생필품도 이미 바닥나 부상자 치료조차 하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시체는 더 이상 안치할 곳이 없어 길거리에 방치되고 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이들에게는 하루 한시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십시일반(十匙一飯) 서로 힘을 합하면 피해와 고통의 크기는 한결 줄어든다. 때마침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앞다퉈 구호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미국은 헬리콥터와 항공기 등 인양 수송장비 등을 현지로 급파했으며, 러시아는 구조대와 이동식 병원을 맡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이들의 헌신적인 지원은 폐허에 방치된 피해 지역 주민에게는 희망을 찾아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한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 대열에 당연히 동참해야 한다. 더욱이 필리핀은 한국전쟁 때 지상군을 파병했고, 그 중 112명이 고귀한 생명을 바친 피를 나눈 우방국이다. 당시 필리핀은 아시아에선 일본 다음가는 부자 나라로 가난에 찌든 한국을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왔다. 빚을 갚는다는 차원은 아니지만 어려운 이웃의 처지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정부도 여러 계획을 마련하겠지만 우리 경제력과 국제사회의 위상에 걸맞은 아낌없는 지원이 돼야 한다. 3년 전 아이티 지진복구 때처럼 의약품 등 구호물품과 인력을 파견하면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루 속히 필리핀이 고난과 위기를 극복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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