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사립고(자율고)의 ‘학생 선발권’을 유지토록 한 교육부의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두고 ‘일반고 죽이기, 자율고 살리기’란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자사고의 반발로 자사고 학생선발권 폐지 방침을 두달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꾼 것도 문제지만, 사실상 사교육 억제책은 거의 없다는게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고의 본질적인 교육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사교육을 더 부채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교육 억제 정책도 동반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방안은 오히려 새로운 사교육 시장 발생 요인만 됐다. 자율고 전형을 위한 구술 면접 대비 사교육 시장이 커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확정하면서 내년부터 서울지역 자율고의 경우 성적 제한 없이 추첨으로 입학정원의 1.5배수를 뽑은 뒤, 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자사고는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50%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했다.
교육당국이 면접지침을 내린다 해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스펙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려는 자사고를 뛰어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면접은 사실상 스펙으로 당락을 가를 공산이 크다. 공교육의 불신이 커져 있는 상태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 또한 사교육에 또 다시 의존, 사교육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선학교 현장에서 차라리 과거의 방식이 낫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미 자율고 입시 경쟁은 과열 양상이다.
자율고 입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학생들의 사교육비가 고등학생보다 더 많아졌다. 특히 자율고와 특목고 입학을 원하는 중학생은 일반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보다 사교육비를 3배 가까이 더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전국 중학교 3학년 2273명, 고등학교 1학년 2769명 등 5042명을 대상으로 사교육 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고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월평균 100만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비율은 일반고 진학 희망자의 경우 13.1%에 그쳤지만, 자율고 희망자는 31%나 됐다.
고교 입학 전 한 학기를 초과하는 선행학습을 하는 비율도 특목고ㆍ자율고 희망자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학생들 상당수가 학교숙제보다 사교육 숙제로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교육부의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7학년도 대학입시 개편안에서도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면서, 한국사 사교육 시장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수능 선택 과목이었던 한국사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1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한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면 그 규모가 앞으로 1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이 위험수위에 와 있는 상황에서 사교육억제책 없는 일반고 강화방안은 ‘앙꼬 없는 찐빵’과 다를게 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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