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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과거 집착하다 미래놓친 감사원장 청문회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12일 국회에서 열린 감사원장 인사 청문회 둘째날, 주인공은 단연 양건 전 감사원장이었다. 그의 재임 기간 벌어진 4대강 감사 번복 등 정치 감사 논란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황당한 것은 양 전 원장은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후임자 인사청문회에 전임 원장을 부르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양 전 원장 본인이 응하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결국 그는 외부와의 연락도 끊은 채 행방이 묘연해졌고 끝내 청문회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화살은 실세라 불리는 김영호 사무총장에게 돌아갔다.

정치권이 양 전 원장을 부른 이유는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한 죄를 묻겠다는 것이지만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 바로 그는 과거의 사람이라는 것.

이번 청문회장의 주인공은 다른 누구도 아닌 황찬현 후보자여야 했다. 후보자야말로 감사원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진지하게 감사원의 독립성을 걱정했다면 황 후보자가 그리는 감사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집중했어야 했다.

감사원의 독립성 논란은 비단 원장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제도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대통령 직속 조직으로 설치돼 예결산 검사와 직무감찰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행정부가 행정부 스스로를 감시하는 비정상적인 모양새다. 거의 모든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에 대한 감사 권한을 가지면서도 국회로부터는 직접적으로 통제받지 않아 대통령이 휘두를 수 있는 무소불위의 사정 기구로 여겨졌다. OECD 국가 어디에도 없는 기형적인 형태다.

여야 의원들은 바로 이런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황 후보자 본인의 의견을 따져 물었어야 했다. 제도적 결함에 대처하는 태도에서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려는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후보자는 “어떤 외풍으로부터도 버팀목 역할을 하겠다”는 모호한 대답으로 일관했고 오히려 감사원법 위반 논란이 일었던 대통령 직접보고를 옹호하기도 했다. 이 발언에 주목하는 의원은 거의 없었다. 국회로선 감사원이 또다시 대통령의 통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 부작용, 그리고 이를 방지하는 대안을 마련해보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과거에 집착하다 미래를 놓친 셈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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