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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기국회나 끝내놓고 죽기살기 싸워보라
정기국회가 전면 중단됐다. 민주당이 11일부터 사흘간 국회 인사청문회를 빼고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모두 거부한 때문이다. 이로써 11일 예정됐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와 결산ㆍ법안심사소위는 물론이고 국방위, 국토교통위 등 주요 일정이 겉돌았다. 그렇다고 인사청문회가 매끄러우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한 쪽은 트집 잡기로, 다른 쪽은 감싸기로 구태는 더 노골화하고 있다.

지금 정기국회가 해야 할 일은 그야말로 태산 같다. 그런데도 무려 3일이나 국회를 방치하겠다니 도대체 이런 무모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민주당이 사태를 키운 결과다. 지난 8일 소속 의원 전원을 동원해 대검찰청 앞으로 몰려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편파 소환을 항의하더니 급기야 대선개입 의혹 사건까지 모두 싸잡아 정기국회를 보이콧하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대선 관련 쟁점에 대한 일괄 특검을 주장하는 것도 모자라 통합진보당을 제외한 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재야원로가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통해 2단계 투쟁을 선언하고 말았다.

민주당은 정기국회를 전면 중단할 정도의 새로운 상황인지 고민이나 해보긴 했는지 묻는다. 헌법에 따른 지엄한 3권분립 아래 최고 권위의 입법기관의 한 축인 정당, 그것도 제1야당이 사정담당 국가기관에 떼로 몰려가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좀체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국회 공전도 공전이지만 국회 권위마저 길거리에 내동댕이친 셈이 되고 말았다. 더구나 연석회의라고는 하지만 지금껏 민주당이 내놓은 주장과 다르지 않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대로라면 국회 파행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민생 및 경제회생 관련 법안 처리는 상당수 무위로 끝날 것이고, 특히 아직 결산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내년도 예산안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법정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처리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정치쟁점이 풀리기는커녕 더 꼬여든다는 점에서 준예산 편성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예산안 처리와 대선 관련 ‘원샷 특검’을 연계하자는 움직임까지 있는 실정이다.

때마침 여야 원내대표에 이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당사로 찾아가 대화를 시도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일정기간 정쟁을 중단하고 정기국회에 매진한 뒤 다시 죽기 살기로 싸우든지 해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당장 정치복원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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