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이 결국 물러난다. KT 이사회는 12일 이사회를 열어 이 회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 최고경영자(CEO) 인선 절차를 논의한다.
이 회장의 중도 사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먼저 정권교체기마다 되풀이해온 ‘리더십 리스크’라는 악습이 재연됐다는 것에 대한 비판론이다. KT는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기업이다. 확인되지 않은 외압설이 끊임없이 돌았고, 공교롭게도 검찰의 고강도 수사로 이어졌다. 다른 측면도 있다. 이 리스크는 이 회장이 자처했다는 논리다. 이석채 KT호는 탈(脫)통신ㆍ비(非)통신을 외치며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투자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었다. 근간인 통신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주가 성적표는 더 초라하다. 인사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업계에서 “이 회장이 적어도 실적만 잘 냈다면 지금과 같은 외풍을 피해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이 사퇴로 관심은 새 CEO 인선에 쏠리고 있다. 후임에는 정치권 인사, 전직 관료, 삼성전자 출신 CEO, 그리고 내부 인사가 어지럽게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 실세는 불필요한 외압 차단을, 전직 관료는 규제산업인 통신 분야에서 정부와의 끈끈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민간기업 KT가 다시 정치적 외풍을 탈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삼성전자 CEO 출신은 껄끄러운 단말기 강자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내부 반발이 거세다는 단점도 있다. 내부 인사는 조직 융화를 이룰 수 있겠지만, 이 회장의 인물이 대부분이라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업계의 얘기를 종합하면 후임 KT CEO에 대한 공통적인 선임 조건이 나온다.
일단 낙하산 배제론이다. 낙하산은 낙하산을 부른다. 이는 경험칙이다. 이제는 KT를 민간기업으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두 번째 통신을 몸으로 체득한 전문가가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KT의 경우 당연한 것이 잘 지켜지지 않아 오늘과 같은 사태가 반복돼 왔다. 통신업은 미래 기술의 총아다.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초’ 단위로 변화한다. ‘정책을 해봤다’ ‘잘 안다’ 정도로는 따라가기에도 급급하다.
미래 먹거리를 현실감 있고 절제하며 찾아내는 능력도 살펴야 한다. 이 회장은 임기 내내 KT의 신성장동력 찾기에 주력했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비통신 분야에 진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산토끼(탈통신ㆍ비통신) 키우기에 집중하는 사이, 집토끼(통신 부문)는 영양실조에 걸리고 말았다. 관련있는 분야에서 미래를 찾는 ‘연(連)통신’ 전략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마지막으로 내부 조직을 추스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사실상 ‘반관반민’의 KT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서,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저런 잣대를 다 들이대다보면 KT호의 다음 수장 찾기는 지난한 작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KT를 ‘문제 기업’이 아닌 ‘국민의 기업’으로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그 정도 고통을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김화균 (산업부장) 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