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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한만희> 도시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장작이 밀착해야 불길 세지듯
도시민-산업 밀접하게 연결땐
창업도 늘고 일자리도 더 생겨
도시권별 맞춤형 발전전략 시급


최근 도시의 경쟁력과 관련된 논의가 많다.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 도시 거주민 비율은 세계 평균 50%를 넘겼다. 우리나라는 90%다. 국민 대다수가 도시에 살거나 도시와 관계를 맺은 우리의 경우 해외보다 도시 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더 큰 것도 당연하다.

흔히 일자리ㆍ경기 등 현실적인 면과 복지ㆍ환경ㆍ문화 등 다소 이상적인 면은 공존이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활동이 어우러진 도시 공간에선 이들 가치가 서로 잘 조화돼야 삶이 펴지고 도시 경쟁력도 올라간다.

도시가 경쟁력을 가지면 어떤 양상을 띨까? 사람들이 그 도시민임을 자랑스러워하고, 기업도 잘 돌아가 경제적으로 윤택한 도시가 된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모이고 돈이 도는 도시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건 역시 사람들이 그 도시에서 ‘살기를 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산업ㆍ문화ㆍ역사 등 사람을 모으는 요인은 달라도 사람이 모이는 도시와 떠나는 도시의 경쟁력 차이는 크다.

전국의 도시들은 그래서 ‘사람 끌어모으기’에 머리를 싸맨다. 대기업이나 산업단지 등 대형 프로젝트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철마다 축제도 연다. 그러나 영입할 외부 기업이 언제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 재정 사업의 유치도 영속적이진 않다. 다소 부족해도 현재 가진 자원과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자원과 인구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한 대한민국이 단단한 결집력과 엄청난 활동력으로 세계 10대 강국이 된 과정을 생각하면 된다.

필자는 도시 경쟁력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궁이의 장작불을 연상한다. 아궁이에 장작을 얼기설기 얹고 불을 붙이면 한두 개만 타다 중간에 꺼진다. 반면 장작을 밀착해 얹으면 불길이 세져 모든 장작이 땔감 역할을 충실히 한다. 마찬가지로 도시 구성원과 산업이 밀접하게 연결돼 원활한 의사소통과 자원 활용이 가능해지면 그 도시는 경쟁력을 갖는다. 이런 도시는 일단 기업 유치나 공공 투자가 이뤄지면 이를 토대로 도시 전체에 ‘불’이 붙는다. 하나의 창업이 열 개가 되고, 일자리의 연속 창출도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비(非)하드웨어 부문 투자다. 도시민이 자발적으로 뛰어드는 분야 또는 외부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를 분석하고 여기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그 도시의 산업ㆍ문화ㆍ역사적 자원 중 자신 있는 부문의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확대하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재원도 이 분야에 집중해 사람들이 와서 보고 느끼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한 하드웨어(건물 등)가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세우면 될 일이다.

그렇기에 유망한 도시들이 균형 발전 논리나 경직된 정책으로 발목이 잡히는 걸 보면 안타깝다. 균형 발전은 비단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문제가 아니다. 지방에서도 ‘균형 발전’이란 화두에 기계적으로 접근해 투자나 기업 유치의 효과가 반감되곤 한다. 이젠 도시의 성장 전략을 보다 큰 틀에서 짤 시점이다. 개별 시ㆍ군보다는 인구나 산업 등으로 연결된 중심도시와 인근도시가 도시권(圈) 차원에서 방향을 정하고 각자 역할을 해야 한다.

한정된 국고도 이들 도시권에 집중돼야 한다. 지금은 경제ㆍ산업ㆍ복지ㆍ문화ㆍ인프라 등 분야별 우선순위에 따라 재원이 분배돼 힘이 모이지 않는다. 따라서 재원 투입으로 도시권의 성장이 가능한지, 또는 국가 발전에 기여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각 도시권은 특성에 맞는 발전 전략을 함께 마련하고 이 전략에 따라 재원을 나눠야 한다.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 발전 전략과 재원 배분 등의 정책도 살아 움직여야 한다. 각 도시권에서 발전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기를 기대해본다.

한만희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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