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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할일은 팽개친 채 특권만 더 움켜쥔 국회
국회 파행이 길어지고 있다. 온갖 비난과 질타가 쏟아져도 끄덕도 없이 직무유기를 이어간다. 정치를 복원하라는 주문은 아예 들은 척도 않는다. 민생법안과 새해 나라 살림살이가 걸린 정기국회 일정을 몽땅 보이콧한 채 시국타령에 몰두하는 야당인 민주당이나, 이런 상대를 쳐다보며 혀만 둘러대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모두 국민의 눈엔 그 나물에 그 밥이랄 정도로 피장파장이다.

제 할일을 내팽개친 정치권을 보는 국민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철저하게 민생을 외면하고도 세비(1억3796만원)는 꼬박꼬박 챙기는 국회의원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적 저항이라도 벌어질 참이다. 이러고도 국민을 대신해 국회에 자리를 틀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갖은 특권을 향유하고 있다. 오히려 그 전보다 더 알뜰살뜰 제 몫 이상을 챙기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이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기득권, 다시 말해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요란을 떨었다. 꼭 1년이 지났지만 결과는 그야말로 초라하다. 겸직금지, 의원연금(헌정회 원로지원금 폐지), 국회폭력처벌 강화 등 세 가지를 제외하고는 특권다운 특권에는 손길 한번 대지 않았다. 여당이 제안한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제한은 없던 일이 돼 버렸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이 그토록 큰소리친 세비 30% 삭감 역시 흔적조차도 없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당론으로 정해놓고도 슬근슬쩍 폐기했다.

세비는 삭감은커녕 되레 18대보다 20% 더 늘었다. 본업인 입법활동비 등 수당이 더 생겨난 때문이다. 게다가 해외출장 시 ‘거마비’ 관행은 여전하다. 정작 꼴불견인 것은 국회 특위 중에는 5개월간 고작 회의 한 번하고 3000만원이 넘는 활동비를 지급받았다는 사실이다. 국회 내 16개 상임위와 9개 특위의 위원장들은 19대 들어 지금까지 평균 세 차례 정도 회의를 주재하고 활동비로 2억원 이상을 별도로 챙겼다. 더 가관인 것은 200여개 특권 외에도 경쟁하듯 출판기념회를 열어 많게는 수억원씩 거뒀다는 점이다.

이처럼 책무는 외면하면서도 챙길 것은 철저하게 챙기는 정치권의 몰염치는 가지가지다. 지금 부동산시장 회생 법안, 투자활성화 법안 등 시급한 민생법안들은 줄줄이 묶여 있다. 경제부총리는 애간장이 다 타들어가고 이를 보다 못한 경제5단체장이 간곡하게 요청해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간담회가 15일 성사된 모양이다. 이게 오늘 대한민국 국회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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