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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한상완> 의료산업 활성화, 정말로 좋은 것인데…
의료산업은 국민 생명과 직결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
정부 입장선 갈길 급하겠지만
설득·공감대 형성 선행되어야


정부가 연내에 의료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향후 성장동력을 서비스업에서 찾아야만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 빠르게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경제를 감안할 때 추진 속도를 가속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너무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점이다. 의료산업 활성화는 이미 지난 정부에서 한 차례 추진하다가 실패한 바 있다. 그래서 국민의 의식 속에는 의료산업 활성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 이런 인식을 전환시키지 않고는 이번에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의료산업은 여타 산업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보니 조그만 제도 변화에도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고 오히려 국민의 당연한 권리로 봐야 한다.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의문점은 두 가지로 좁혀질 것 같다. 하나는 우리의 의료보험 체제에 변화가 초래되지 않을 것인가에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은 선진국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의료 관련 새로운 변화들이 제도 자체를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고 있다. 혹시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 때문에 서민들은 질 좋은 의료 혜택을 못 보게 될까 걱정이다. 둘째 외국인 의료관광 확대가 국민의 의료권에 침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현재에도 대형 종합병원의 체감 진료시간이 5분이나 될지 의문이 들 정도다. 더구나 향후에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증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에게까지 문호를 열게 되면 병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물론 내용을 아는 전문가 입장에서는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한 것이고, 의료관광이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줄 텐데 왜 국민이 따라주지 않는지 답답한 마음이 있을 수 있다. 어느 광고 문구처럼 ‘정말로 좋은 것인데’. 그러다 보니 국민에게 의료산업 활성화를 받아들이라고 밀어붙이게 된다.

하지만 국민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답해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이 안심하도록 소통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의료 서비스는 국민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것에 손을 대는 정책을 추진하려면 그전에 먼저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 의료 서비스의 장기 수급계획에 대해서 정부가 자세히 설명하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찰나와 같은 체감 진료시간을 넉넉하게 늘려줄 병원 서비스 개선 대책에 대해서도 충분히 들어본 바가 없다. 투자 개방형 병원이 어떻게 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사전에 충분히 정보를 제공받은 것 같지 않다. 필자가 과문(寡聞)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기억을 못 할진대 어떤 국민에게 기억해주길 기대하겠는가.

너무 경제적 관점에서만 접근해서도 안 된다. 정책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만들더라도 국민에게 설명할 때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민은 경제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에 실패할 경우 자칫하면 정책에 대해 설명을 하기도 전에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 이미 ‘영리’ 병원으로 한 번 실수를 한 경험도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갈 길이 급하다. 태국이나 싱가포르에 뒤처진 의료관광도 그렇고, 5년 넘게 허송세월한 시간도 만회해야 한다. 발전의 기회를 갖지 못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계속 주저앉기만 하는 성장 잠재력을 하루빨리 복원하고 우리 경제를 다시 탄탄한 성장궤도로 돌려놔야 한다. 하지만 옛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너무 급하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일을 성사시키는 지름길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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