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장들을 불러놓고 “이제 파티는 끝났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현 부총리의 발언을 보면 날이 퍼렇게 서 있다. “공공기관이 과다 부채와 과잉 복지, 방만 경영으로 위기 상황인데도 임직원은 높은 보수, 복리후생에 빠져 있다”거나, “민간기업이었다면 감원의 칼바람이 몇 차례 불고 사업 구조조정이 수차례 있었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공기업의 경영은 한마디로 엉망이다. 당장 부채가 500조원이다. 국민 1인당 1000만원꼴이다. 평균 부채비율도 207%에 달하며 LH의 경우 460%가 넘는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코레일 등에 대해 투자부적격 업체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데도 14개 적자 공공기관장 연봉이 2억1000만원, 성과급은 9000만원을 상회한다. 빚을 내 보수를 올리고, 복리후생에 사용한 것이다. 인천 영흥화력발전소 직원용 비상숙소에는 수천만원짜리 스파욕조와 방수 TV까지 갖췄다니 기가 막힌다. 이것도 부족해 고용세습까지 하고 있다. 비리와 부정도 늘 도마 위에 오른다. 현 부총리의 입에서 거친 말이 나올 만하다.
경쟁이 없고 권한은 막강한 것이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특히 전기 철도 수자원 토지 가스 등의 분야는 경쟁 무풍지대다. 반면 관련업계에 영향력은 대단하다. 이런 연유로 기강이 나태해지기 쉽고, 경영효율은 높지 않은 것이다. 실적부진으로 적자가 나도 빚을 내서 급여를 받으니 경영이 잘되든 말든 걱정할 것도 없다. 이러니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는 말이 생긴 게 아닌가.
공공기관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정부의 잘못이 크다. 툭하면 낙하산 CEO에 노조가 반발하고, 경영진은 이를 달래려고 임금을 올리고, 복리후생에 과도한 지출을 하기 일쑤다. 정부는 이를 알면서도 눈감는 게 아닌가. 경영성과보다 인기와 자리 유지에만 집착하는 CEO, 이를 방치하는 정부의 자세가 문제다.
현 부총리는 부채 증가를 주도한 12개 기관에 대해 부채 규모와 성질, 발생 원인을 올해 말까지 공개하고, 강도 높은 사업조정, 원가절감, 자산매각, 수익창출 극대화 등 자구노력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말잔치로 끝날 게 뻔하다’는 소리를 들어선 안 된다. 공공기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항상 개혁의 대상이었지만 언제나 결과는 용두사미였다. 이번만큼은 파티가 말로만 끝나지 않길 바란다. 모든 국민이 두 눈 똑바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