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난징에서 ‘기독회의원’이라는 병원을 열어 중국에서 활동하던 독립투사와 독립군 부상자들을 돌보았다. 이어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지휘하던 김규식 선생의 권유로 1914년 몽골로 들어가 ‘동의의국(同義醫局)’이라는 병원을 개설한다. 동의의국은 몽골 주민들이 블치의 병으로 여기던 화류병 등을 고쳐주고, 돈이 없어 잔병 치료 조차 못하는 서민들의 아픔을 돌보았다. 한편으로는 독립투사의 피신처, 의열단을 후원하고 대한 독립을 지원하는 국제관계를 시도하는 아지트 역할도 했다.
이태준의 인술에 탄복한 몽골 황제 복드한은 그를 자신의 주치의로 초빙했고, 최고훈장을 주었다. 하지만 그는 1921년 독립운동 자금을 운반하던 중 러시아내 친일세력에 의해 피살당하고 만다. 몽골정부는 일본의 침략을 막아낸 것을 기념해 조성한 성지, 자이승 전망대 인근 양지바른 곳에 이태준 의사의 묘역을 조성했다. 가히 최고의 예우이다.
몽골과의 의료 교류는 이어져 최근 몇 년동안 가천대 길병원, 성균관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병원 봉사단(사진), 울산 시티병원, 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 등이 꾸준히 인술을 펼쳤고, 한림대팀은 몽골 대법원장의 지병을 치료해 몽골발 ‘의료 한류’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8년 한림대, 2012년 고려대 병원에 이어 최근 경희의료원은 몽골인 의학도아마르 자르갈(사진)씨를 국내에서 배출했다.
오는 11월21일은 대암(大岩) 이태준 선생이 태어난지 130주년 되는 날이다. 이제 몽골인 스스로 이태준의 뜻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몽골인들은 한국을 ‘솔롱고스(Solongos:무지개)’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몽골로 이어진 꿈과 희망의 무지개가 아름답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