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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전창협> 스마트폰 없이 살아 본 하루
11월 16일 오후 9시부터 11월 17일 오후 9시까지, 24시간 스마트폰과 이별하려고 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 통화기능은 쓰기로 했다. 정확하게는 ‘스마트’없이 ‘폰’으로만 24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기 체험은 원래 1주일 정도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에 가깝고, 불안하지만 휴일 하루 정도, 그것도 폰 기능을 살려두면 가능할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스마트 기능을 끄는 순간부터 일상이 삐걱거렸다. 당장 잠자리에 드는 게 어색했다. 자기 전에 뉴스를 한번 훑어봤는데, 그냥 잠들려니 뭔가 빠진 느낌이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어나자마자 밤사이 뉴스를 체크하고 메일 등을 둘러보곤 했는데, 마음이 답답했다.

가급적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일정도 오전엔 산책, 오후엔 영화보기로 정했다. 산책을 위해 버스 타는 것도 불편했다. 도착시간이나 가까운 노선을 손쉽게 알 수 있는 버스앱을 볼 수 없었다. 버스 타고 가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거나 SNS로 동료들의 소식이나 유명인사들의 촌철살인 트윗 등을 마주쳤는데, 이를 하지 못하니 세상과 끊긴 느낌이 들었다. 산책로에 도착하니 늦가을 은행잎이 휘날리는 장관이 연출됐다. 이 근사한 풍경을 담아둬야지 하는 생각에 결국 사진을 찍었고, 동료에게 멋진 장면을 보냈다.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기 체험은 결국 하루를 채우지 못하고, 12시간으로 끝났다. 하지만 스마트 기능이 살아나자 비로소 세상과 접속이 된 안도감이 느껴졌다.

젊은 층의 스마트폰 중독문제는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아날로그 세대’를 자처하는 50대가 12시간 스마트폰 없이 보내는 삶은 간단치 않다는데 스스로 놀랐다.

최근 발표된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의 스마트폰 이용 및 의존도 조사결과도 이해가 된다. 20대와 50대 500명씩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스마트폰 없으면 불안하다는 답이 20대는 69%, 50대는 62%로 큰 차이가 없었다. 가장 흥미로운 결과는 스마트폰이 고장 나면 친구를 잃은 것 같다는 설문이었다. 이에 대해 ‘그렇다’는 답은 20대는 42%였지만 50대는 44%로 20대보다 더 많았다.

설문결과를 종합하면 50대 57%는 스마트폰 배터리가 없으면 불안해하고, 43%는 화장실 갈 때도 스마트폰을 가져간다. 32%는 스마트폰을 손에 닿기 쉬운 곳에 두거나 아예 손에 쥐고 잔다. 게다가 젊은 직장동료나 친구를 만나면서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비난하지만 50대의 17%가 옆에 사람을 두고 스마트폰을 계속 만진다고 했다.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려고 했던(?) 하루는 불편했다. 하지만 잊었던 아날로그 세상과 새로운 접속이 시작됐다. 스마트폰 화면에 쏠려있던 눈은 어느새 버스 밖 풍경도 살피고, 사람들의 모습, 늦가을의 정취 등으로 향했다.

문명의 이기에 굳이 중독이란 낙인을 찍을 필요가 있는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연결과잉의 시대, 가끔은 해독을 위해서도 하루쯤은 스마트폰을 꺼두는 큰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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