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이 21일부터 평균 5.4% 인상된다. 지난 1월 4.0%에 이어 불과 열 달 만에 또 올랐다. 수요자들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근래 들어 전기요금 인상이 부쩍 잦다. 최근 3년 사이만 해도 모두 다섯 차례나 요금이 조정돼 누적으로 26%가량 인상됐다. 전깃값이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싸다면 인상은 불가피하고,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고질적인 전기 수급 불안을 요금인상이란 안이한 방법으로 풀려고 해선 안 된다. 이번 인상을 계기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우선 전기 과소비 풍토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의 전기 소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무려 70%나 높다. 소비증가율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5년 새 20%가량 늘었다. 일본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이 이 기간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게 다 전깃값이 싸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등유를 때던 비닐하우스 난방을 전기로 바꾸고, 공장들은 기름으로 자가발전기를 돌리기보다 전력회사에서 값싼 전기를 공급받아 쓰는 것이다. 전기도 비싼 에너지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과소비를 자제하도록 계도해야 한다.
산업 설비 등도 에너지 효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구조로 재편하고 원가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 이번 전기요금 조정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이 특히 많이 올랐다. 산업계는 기업 경쟁력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며 아우성이다. 전기 비중이 높은 철강 자동차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로선 부담이 한결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싼 전깃값에 안주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무엇보다 정확한 수요예측과 수급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신규 발전소 건설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해 안정적 전력공급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번 요금 인상분은 공급을 확충하는 데 전적으로 투입해 매년 여름과 겨울마다 겪는 전력대란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머뭇대고 있는 원전 확충 계획도 안전성을 거듭 확보하며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전과 자회사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은 필수다. 팍팍한 살림에도 국민들은 기꺼이 전기요금을 더 낼 각오가 돼 있다. 그런데 정작 한전은 그 돈으로 성과급 잔치나 벌이고, 후생복리에 흥청망청 쓴다면 누구도 전기요금 인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방만경영 개선이 전기요금 인상의 절대 전제 조건이 돼야 하는 까닭이다. 전력당국과 한전은 각성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