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정권의 대표적인 우경화 정책으로 꼽히는 집단적 자위권 채택에 대해 미국이 지지 의사를 노골화한다는 소식이다. 미국 국방부의 한반도 업무 담당 고위 당국자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환영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 펜타곤을 방문한 한국 기자단과의 만남에서 이 같은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이 당국자는 “일본이 제 역할을 정상화하면서 역내 안보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환영한다”면서 “한국의 우려를 알지만 일본이 헌법 해석의 변경을 선택하면 북한 등 한ㆍ미ㆍ일이 직면한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대상에 한반도까지 포함된다는 의미를 분명히 한 셈이 된다. 지난달 미ㆍ일 외교ㆍ국방장관회담(2+2) 때 미국 측이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듯 한 것에 비하면 매우 앞서나간 것으로 해석된다.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는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유엔은 ‘동맹국이 제3국의 공격을 받게 되면 자국이 공격당한 것으로 간주해 상대국에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해당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의 산물인 ‘평화헌법’에 따라 이 권리에서 제외돼 있다. 이를 용인한다면 전범국이자 패전국인 일본이 군사적으로 재무장할 수 있고, 나아가 인근 국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하시라도 군대를 파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는 두어 달 전부터 아베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정당방위와 같다며 헌법해석을 변경해서라도 이 권리를 가능케 하겠다는 뜻을 대놓고 천명한 사실을 주목해 왔다. 일본의 군사적 자위권 발동은 한국은 물론 동남아 일대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미ㆍ일 동맹보다 우선이 한ㆍ미 동맹인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한ㆍ미 상호방위조약이 미군의 한반도 주둔과 평화유지를 용인한 것이지 일본 군대의 한반도 상륙을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이런 흐름이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인지 지켜보고자 한다. 미국 정부는 지체 말고 보다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진정 미국의 뜻이라면 과거 침략전쟁에서 비롯된 과거사를 망각한 채 급진적 우경화를 일삼는 아베 정권의 몰지각한 행태에 스트레스 받는 우리로서는 한마디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패전을 공식적으로 접수한 연합군 주도국인 미국이 현실을 외면한 채 역주행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국을 다시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