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와 일부 사제가 22일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가진 이른바 ‘시국미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충격이다. 박 신부는 24일에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 대통령 퇴진운동을 계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명동 성당에서 “교회 사목자가 정치구조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박 신부는 미사에서 “국가 기관이 대선에 개입하게 한 이명박 대통령을 구속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사제는 “국민 요구를 묵살하고 고집불통의 독재 모습을 보이는 대통령은 이미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까지 했다. 사제로서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사건에 대한 박 신부의 생각 또한 충격이다. 그는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며 독도에서 훈련하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 쏴버려야지. 그러면 NLL, 문제가 있는 곳에서 한ㆍ미가 군사훈련을 계속하면 북한이 어떻게 하겠는가. 그것이 연평도 포격 사건”이라며 북한을 옹호했다. 우리가 훈련을 했기 때문에 북한이 포를 쏜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천안함 사건도 북한이 어뢰를 쏴 일어났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식이었다.

대통령 퇴진 촉구, 천안함과 연평도 발언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정치적 언사다. 염 대주교가 미사 강론에서 밝혔듯이 가톨릭 교리는 사제의 정치개입을 금하고 있다. 그런데도 원로 종교인인 박 신부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섰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것을 알면서 민감한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사제의 길이 아니라는 근본을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천주교 내부는 물론 일반인들의 질타와 비난이 확산되고 있어 사회혼란이 커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정치는 정치인들의 몫이다. 사제들은 본연인 종교 활동에만 전념하는 게 옳다. 정치개입은 사회와 국가를 더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목사 등 다른 종교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정치신부’, ‘정치목사’의 경우 설교 중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비판하고,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일이 있는데 이는 신앙의 본질을 왜곡한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사제가 정치나 사회활동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교회적 친교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정치 개입으로 분열과 풍파를 일으키기보다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성숙한 종교지도자가 진정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