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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신율> 신부님과 종북몰이
정국 뒤흔든 박창신 신부 발언
강론전문엔 주로 NLL문제 언급
정권 퇴진 외칠 자유 있지만
사상의 자유와 종북 구분해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속한 박창신 원로 신부의 발언이 정국을, 아니 전국을 흔들고 있다. 그가 만일 박근혜정권 퇴진만을 언급했으면 그 파장이 이토록 크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정권퇴진을 외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든 정권퇴진을 외칠 자유는 있다. 그럼에도 이번 발언의 파급이 유난히 큰 이유는 NLL과 연평도 발언 때문이다. 그런데 야권과 본인은 이를 두고 ‘종북몰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로 독자 여러분 중에도 일부 발언만 부풀린 종북몰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판단을 하기 전에 박 신부의 강론 전문을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의 강론 전문은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이걸 읽어보면 실제 박근혜정권 퇴진에 관한 주장보다 NLL 문제와 종북에 관한 언급이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박 신부는 잘 알려진 연평도 관련 발언 이외에도 이런 발언을 했다. “노동운동하면 빨갱이다. 농민운동하면 빨갱이다. 잘살자고 하면 빨갱이, 좌파다. 그것이 요새는 좀 고상해져서 종북주의자입니다. 북한이 노동자 농민 중심 정책이니까.” 이런 식의 발언을 다수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박 신부의 강론이다. 박 신부 스스로는 연평도 발언을 비롯한 북한 관련 발언이 정권에 의해 의도적으로 왜곡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그의 강론 전체를 읽고 또 읽어봐도 내 눈에는 그의 발언 내용이 결코 왜곡된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박 신부께 묻고 싶다. 이명박정권 때 4대강을 반대하면서 천주교가 외쳤던 것은 ‘생명’이었는데, 연평도에서 우리의 영토를 지키려다 스러져간 젊은 영혼들은 도대체 당신에게 무엇이냐고. 질문은 또 있다. “북한이 노동자 농민 중심 정책”이라고 말했는데, 그런 북한에서의 인권 유린과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그리고 국민은 굶어 죽지만 권력자는 로드맨 불러다가 보트파티나 벌이는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이게 그가 생각하는 노동자 농민 중심 정책일까? 이뿐만이 아니다. 박 신부는 한 종편과의 인터뷰에서 종북을 탄압하면 좌파를 탄압하는 거라고 했는데 북한이 진정한 좌파를 상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점은 팩트에 입각해서 강론을 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 발생 당시에 이지스함이 세 척이나 떠 있었다고 했는데 이 역시 틀린 말이고, 부정선거의 증거라고 말할 때는 투표구와 선거구조차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 이렇듯 그의 강론과 변명은 허점투성이다. NLL 역시 1991년 체결한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불가침 경계선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 같다. 박 신부의 강론이 이미 인터넷에 널려 있는 상태에서 종북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만일 계속 민주당이 이를 종북몰이라고 주장한다면 시민사회와 야권 연대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다시 한 번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정권의 퇴진을 주장할 수는 있지만 종북을 그냥 놔두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 민주당은 지난번 통진당과의 연대와 같은 정도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항상 지금 사안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를 봤다면, 사람들은 과거의 충격을 되뇌며 현재 사건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당은 박 신부의 연평도와 NLL 관련 발언은 잘못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언급 말미에는 종북몰이를 하고 있다는 말이 꼭 따라나온다. 민주당도 제발 강론 전문을 한 번 읽어보고 말했으면 좋겠다. 어쨌든 사상과 양심의 자유와 종북은 좀 구분됐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 바람이다. 특정 정치세력을 등에 업는 것은 결코 진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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