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원전 1호기가 터빈 계통의 갑작스런 고장으로 발전을 멈췄다. 고장 등으로 가동을 중단한 원전은 전국적으로 다섯 군데나 되고, 또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하지만 고리 1호기 가동 중단으로 인한 파장은 단순히 고장 원전 하나가 더 늘어난 것 이상이다. 우선 안전에 대한 불안이 여타 원전과는 판이하다.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다.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추위가 본격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겨울철 전력대란 우려가 더 깊어지게 됐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안전 문제다. 고리 1호기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이다. 1978년 본격 가동을 시작해 2007년 30년 설계수명을 다했으나 이듬해 다시 10년 연장 승인을 받아 가동을 해왔다. 재연장 승인 당시 원자로 압력용기 등 일부 설비에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고, 이후에도 이런 저런 고장이 잦아 돌렸다 세웠다를 반복해 왔다. 더욱이 한국수력원자력이 올해 초 2000억원에 가까운 비용과 6개월의 시간을 들여 대대적인 계획예방정비까지 마쳤다. 그런데 지난달 5일 발전이 재개된 지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덜컥 발전기가 멈췄으니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력 당국과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 1호기 가동 중단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고장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고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수에 완벽을 기해야 할 것이다.
원자력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원전 안전에 관한 한 돌다리도 두번 세번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가뜩이나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실제 일부 원전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은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전 안전성을 우려한다는 설문결과를 제시하며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려면 지금으로선 원전 말고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풍력 태양력 등 미래 청정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아직은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산화탄소 감축 등 환경적 측면에서도 원전의 경쟁력은 뛰어나다. 하지만 안전이 전제되지 않은 원전 경쟁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반짝 추위가 찾아온 28일 오전 한때 예비전력이 528만㎾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전력수급 경보 ‘준비’ 단계인 직전까지 내려가 전력당국을 바짝 긴장시켰다. 이 정도 추위에 전력 수급이 휘청거린다면 긴 겨울을 어떻게 날지 까마득하다. 우리가 고질적 전력난에 시달리는 것은 원전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탓이 크다. 전력당국과 한수원은 더욱 분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