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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 윤재섭> 서울대공원, 문을 닫는게 옳다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우리를 탈출한 호랑이에 물려 큰 부상을 입었던 사육사 심모 씨가 지난 8일 오전 결국 보름 만에 숨을 거뒀다. 안타까운 죽음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서울시와 서울대공원 측의 부실관리와 주먹구구 행정 탓에 벌어진 참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관리부실은 한둘이 아니다. 사육사 2명이 한 조가 돼 시설을 관리토록 한 2인 1조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사육사들에 대한 정기ㆍ부정기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관리감독은 한마디로 엉터리였다. 순환 보직인사 원칙도 한참 도를 넘었다. 1987년 서울대공원에 입사해 26년간 곤충관 사육사로 일했던 심 씨를 올해 1월 별안간 맹수관인 호랑이사로 발령낸 것은 그야말로 기가 찰 일이다. 경찰수사로 진실이 가려질 일이지만 이를 두고 ‘보은 인사’, ‘꿰맞추기 인사’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누군가를 원하는 자리에 앉히기 위해 나머지 직원들을 희생시켰다는 얘기다. 의혹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선 이번 사고가 있기 전에도 여러 건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8월에는 흰 코뿔소가 내부 우리를 벗어나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코뿔소가 쇼크사했다는 보고다. 올 10월에는맹수 개코원숭이가 우리를 탈출해 30분이나 돌아다녔다고 한다. 개코원숭이가 관람객 틈 사이를 휘젓고 다녔더라면 인명피해를 예상할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대공원 측은 사후 문책이 두려워 ‘쉬쉬’하고 넘어갔다. 안전 불감증과 보신주의가 빚어낸 총체적 관리부실이라 할 만하다.

감춰져왔던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심 씨의 사망소식이 나오자, 서울대공원 관리책임의 서울시는 사후약방문에 여념없다. 민간 전문가와 동물 관련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서울대공원 혁신위원회’를 설치해 일련의 안전사고 개선 방안을 내놓는 방안 등의 대책을 쏟아냈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지난 5일 서울대공원의 안전설비 보강을 위해 내년도 예산을 100억원가량 증액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땜질식 처방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시설 개선이 제대로 되려면 아시아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수용하는 동양관에 200억원, 해양관에 600억원 등 1000억원대의 자금은 투입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시가 이번 사고를 “30년간 누적된 구조적인 문제”로 진단한 것도 책임회피를 위한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에 동의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고는 동물사육관리와 인력운영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다. 제한된 예산과 인력을 효율적으로만 관리했더라도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시는 “혁신을 위해 필요하다면 대공원의 임시휴관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가정이 필요없다. 지금 상태라면 대공원은 문을 닫는 것이 맞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상황인데, 누가 과연 대공원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겠는가. 심 씨의 안타까운 죽음이 서울대공원을 2000만 서울시민의 진정한 쉼터로 탈바꿈시키는 변곡점으로 기록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윤재섭 (사회부장)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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