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 복지과제 맞춤형 급여
기초생활수급자 30%증가 예상
전달체계·하위법령 등 시간촉박
국회 반드시 연내 통과시켜야
지난 14년간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는 빈곤층 보호의 국가 책임과 국민의 권리로서의 최저생활 보장이 정착된 공로가 있다.
그러나 수급자가 제도에 안주해 탈수급을 하지 않으려하는 ‘빈곤의 함정’에 빠지는 문제와, 본인은 생활이 곤란해도 자녀나 부모의 소득ㆍ재산으로 인해 보호받지 못하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사각지대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졌던 것도 안타까운 사실이다.
이에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는 2014년 하반기에 박근혜정부의 복지 분야 국정과제인 ‘욕구별 맞춤형 급여체계’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 국민에게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맞춤형 급여체계 전환의 기대 효과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급여 종류별로 선정 기준을 달리함으로써 소득이 기준선 이상으로 증가해도 욕구가 있는 급여는 유지해 수급자가 빈곤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
둘째, 급여체계 전환과 함께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추진함으로써 제도의 사각지대를 탄력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호대상자 선정방식을 절대적 기준인 최저생계비 기준에서 중위소득의 일정비율을 반영해 보호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대상자 선정 때 국민의 상대적 생활수준을 반영하고 보장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제도 개선을 통한 맞춤형 급여체계의 도입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현재 83만가구에서 110만가구 수준으로 약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중위소득 50% 이하 정책대상자인 430만명의 빈곤층 중 이 제도의 지원을 받는 수급자가 현재 32% 수준에서 4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맞춤형 급여 전환 자체가 즉각적으로 우리나라 빈곤층의 삶의 질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현재 정부예산안에 반영된 제도 내용을 살펴보면 생계급여 수급자의 급여 기준이 현 수준보다 상향되지 않고, 보편적 서비스에 해당하는 교육급여 선정기준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또 제도 개선에 따라 증가하는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 신규 충원되는 사회복지공무원이 1200여명에 불과하다.
맞춤형 급여 전환이 수급자에 대한 보장성 강화로 이어지고, 제도의 안정적 이행을 위해서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이 심도있게 논의돼야 한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전환을 위한 개정법안이 우리나라 저소득층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민생법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회 심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내년 10월부터 맞춤형 급여체계 제도가 시행되려면 사전에 마련돼야 하는 세부 제도 설계, 전달체계 구축, 하위법령 마련, 제도 홍보, 신규 수급자의 원활한 보호를 위한 사전 집중신청 등을 고려 시 남은 10여개월이 결코 충분한 기간이 아닐 것이다.
최근 여야가 대립할 수밖에 없는 여러 정치적 환경이 있다 할지라도, 맞춤형 급여체계 전환을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 개정법률안은 새롭게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저소득 국민 40만명을 고려하여 반드시 연내 국회통과가 필요하다.
14년 전 생활보장법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전면 개정되던 1999년에도 제도 도입에 대한 여야의 첨예한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 여야 합의에 따른 거의 만장일치로 개정된 사례를 국회는 기억해 주기 바란다.
선수경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