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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환상마술
무대 위, 탁자에 화분이 하나 놓여 있다. 그 속에 오렌지 씨앗을 심는다. 씨는 마치 필름을 빨리 돌리듯 순식간에 자라 가지가 뻗어나간다. 마술사는 객석의 한 숙녀에게서 손수건을 빌려 그 자리에서 사라지게 한 후 오렌지 나무를 꽃 피우고 두 마리 나비를 불러낸다 나비는 사라진 레이스가 고운 손수건을 사뿐히 들고 날아간다. 단순하면서 아름다운 이 환상 마술은 19세기 말 비엔나를 무대로 유럽 전역을 휩쓴 마술사 아이젠하임의 얘기인 영화 ‘일루셔니스트’의 상징적인 한 컷이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아이젠하임의 환상 마술의 압권은 죽은 이의 영혼을 생전 모습 그대로 불러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영화 속 마술은 1900년대 유럽에서 실제 유행한 것으로 ‘오렌지 나무’는 근대 마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베르 후뎅의 마술에서 따왔다. 마술은 고대 이집트에서도 유행했다. 중세엔 엄격히 금해졌다가 근대에 와 꽃을 피워 1800년대 이후에는 영국 왕실에서 마술 공연을 열 정도로 유럽 상류사회의 놀이문화로 발전하게 된다. 마술은 크게 사라지게 하기, 공중부양, 신체 자르기, 공간이동 등 몇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첨단과학시대에도 여전히 인기다. 사람들의 호기심, 상상력의 끝에 마술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 6일 서대문문화회관에서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는 최현우의 마술이 펼쳐졌다. 관객과 함께 펼치는 그의 무대 매너는 한껏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가 긴 실에 풍선을 달고 나왔다. 긴 실을 뚝뚝 끊어 버린 뒤 그는 끊어진 실을 다시 주워 손안에서 공글린 뒤 풍선 끝에 붙였다. 실은 이어져 풍선을 높이 끌어올렸다. 최현우는 “마술이란 속임수 아니야? 라고 말하는데, 마술은 인생, 꿈, 희망을 의미한다”며 “마술의 비밀을 알았을 때 꿈들은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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