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재앙을 불러 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口禍之門 舌斬身刀)”
당(唐) 멸망 후 5대10국의 난세(亂世)에 30년에 걸쳐 5개 왕조에서 11명의 황제를 섬긴 ‘처세의 달인’, 풍도(馮道)라는 사람이 남긴 말이다. 숱한 말조심 관련 격언 가운데 가장 살벌한 표현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민주당 장하나, 양승조 의원의 ‘말’이 풀려가던 정국을 다시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정치권의 막말 파문이 낯설지는 않지만, 어떻게 막말정치는 세월이 가도 나아질 조짐이 안보인다. 어렵게 여야가 합의해 국회가 예산안이며, 민생법안 처리하겠다고 막 자리를 잡았는데, 여기에 고춧가루를 뿌린 게 이번 설화(說禍)다.
지난 대선 부정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아직인데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하는 게 앞뒤가 안맞다. 법원 판결 안나서 이석기 의원 제명 못하고, 통합진보당 해산청구도 무리라는 게 민주당의 논리가 아닌가? 지역구 의원도 아니고 당에서 뱃지를 달아준 비례대표다. 당과 정국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지도 않고 발언했다면 함량미달이다.
제1야당 최고위원이 ‘대통령이 암살 당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선친 답습”을 발언한 것도 그렇다. ‘암살’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해석이 왜곡됐다고 해명했지만, 말은 듣는 입장도 중요하다. 만약 새누리당이나 청와대가 ‘부엉이 바위’ 운운했다면 가만 있겠는가? ‘듣는 이’ 고려 못하는 것 역시 정치인으로서 치명적 결함이다.
정치인이라면 소신이 있어야 하지만 상식과 국민적 공감대를 만족시켜야 한다. 혀 대신 칼을 물고 다니는 게 소신이라면, 겁나서 국민이 따를 수 있을까. 그동안 혀 대신 걸레를 물고 온갖 욕설과 막말을 한 정치인들도 많았다. 이번에는 야당 의원이 딱 걸렸지만, 여당 의원들의 어록에도 ‘혀칼(舌刀)’이나 ‘걸레’가 수두룩하다.
손자병법에 ‘소리장도(笑裏藏刀)’라는 계책이 있다. 겉으로는 웃고, 속으로는 상대방를 벨 기회를 엿보는 병법이다. 칼은 감추고 낯은 웃는 것이 ‘선거’라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병법이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