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 사회 전반에 넘쳐나는 비정상적인 관행과 제도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기로 했다. 기존의 140개 국정과제와는 별도로, 우선 비(非)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1차 과제로 10대 분야를 설정했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정부 지원금 부정수급, 원전비리 등 척결대상 핵심과제들은 죄다 진작 뿌리를 뽑았어야 할 마땅한 우리 사회 악습들이다.
국민적 공분을 산 것들은 물론이고 우리가 늘 접하는 세금ㆍ임금 등의 상습 체납ㆍ체불, 관혼상제 등 일상의 불합리한 관행이나, 기업 및 민간단체의 불공정 관행 등도 서로 잡다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공공기관 고용세습, 문화재 부실관리, 보험사기, 은행의 꺾기 관행, 온라인 포털 및 본사와 대리점 간 불공정 거래관행 등이 우선 손봐야 할 대표적인 폐단의 예로 지목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국회의 과도한 증인출석 요구나 면책특권 등 정치 분야의 비생산적인 관행, 연예기획사의 노예계약문제, 체육단체 비리 등도 개혁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정치 분야 개혁이야말로 시급한 과제이지만 정치권은 특권다운 특권에는 손도 못쓰고 있다. 국민적인 여론압박을 가해서라도 반드시 고쳐야 할 개선과제로는 이 밖에도 사회지도층의 특혜성 가석방, 해외 방문 시 재외공관에 대한 과도한 지원요구 등이 있다.
과제들을 하나하나 나열하면 시급하지 않은 것이 없다. 문제는 얼마만큼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느냐다. 개혁 주체가 개혁대상인 경우도 허다해 제 머리 깎듯 소홀하거나 나아가 자기보호의 덫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늘 과제는 선정해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해 왔던 것도 관리감독체계 부실 등 개혁의지 박약의 문제였다. 무엇보다 대통령 임기 안에 완전히 근절하겠다는 정부차원의 담대한 의지가 필요하다. 이번에 총리실 주도로 별도 추진협의를 만들고 추진상황을 공개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황찬현 감사원장과 김진태 검찰총장을 임명한 자리에서 “국정을 맡다보니 너무 비정상적인 관행이 당연한 것처럼 이어진 게 많았다”며 부조리 척결을 각별히 주문했다.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국정과제도 결국엔 이런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와 맞물려 있다. 원칙을 근거로 전직 대통령의 불법 미납 비자금 추징 등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도 적지 않지만 사회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살펴 잘못 박힌 전봇대는 물론이고 대못이나 손톱 밑 가시까지 뽑아낼 것은 뽑아내야 한다. 이것이 곧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