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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한상완> 산업정책의 再창조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1위·자동차 1위…
안심 못하는 불확실성의 시대
창조경제 민간기업이 주도하고
정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는 미국의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가 1977년 발표한 책의 제목이다. 하지만 이 말은 오히려 출판된 지 30년이 훌쩍 넘은 최근의 상황에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2008년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인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뿐’이라는 점을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2011년까지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노키아가 한순간에 몰락하는가 하면, 인터넷 검색으로 성장한 구글은 무인자동차 도로주행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메이저 완성차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경제 1위도, 스마트폰 1위도, 자동차 1위도 안심할 수 없는 시대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미래 먹거리를 찾는다는 것은 안개 속에서 비행기를 모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이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신성장동력으로 선정되었던 기술과 산업은 아직까지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산업으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시야가 좋은 날과 안개가 자욱한 날은 운전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선진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모방이 가능해 일부 첨단산업을 선정, 집중적으로 보호ㆍ육성하는 전략이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선진국에서도 시장성이 확인되지 않은 기술과 산업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선택의 오류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따라서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추격성장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먼저, 우리 시대의 신성장동력은 일부 첨단기술 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산업에서 발굴 가능한 개념으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미래 먹거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불쑥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셰일가스는 광업 분야의 채굴기술이 발전한 덕분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셰일가스가 미국의 성장동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한 이는 드물었다. 그러나 미국 천연가스 중 셰일가스의 비중은 2009년 14%에서 2012년 40%까지 증가하면서 저가격 가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처럼 미래 먹거리는 몇몇 인기있는 유망산업뿐만 아니라 비인기 사양산업에서도 발굴될 수 있으므로 전 산업의 자생력과 혁신 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첨단 과학기술산업, IT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지만 농림수산업, 광업과 같은 1차산업이나 중ㆍ저기술 제조업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숙박, 음식, 관광, 유통, 문화ㆍ예술 등 전통서비스업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또한 국방, 에너지와 같이 안보와 직결되는 국가 전략산업에서도 신성장동력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군사기술에서 인터넷과 위치정보시스템(GPS)이 출현하게 되었듯이 민간에서 참여하기 어려운 분야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과감한 투자를 진행함으로써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바야흐로 ‘전 산업의 신성장동력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포괄적 시야를 가지고 다양한 산업 사이에서 조화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창조경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몇 대 기술, 몇 대 신성장동력을 선정ㆍ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이 스스로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찾아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하고 초기 시장 형성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이해관계자 간, 부처 간 불필요한 갈등과 중복을 방지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컨트롤타워가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과거의 신성장동력 육성 정책과 다른 새로운 산업정책을 재창조하는 것, 바로 여기에 바로 창조경제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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