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의 칼을 빼 들었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손보기에 들어간 것이다. 공공기관의 성격과 규모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부채관리 강화와 방만경영 개선이 그 핵심이다. 부채 감축 등의 진척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기관장은 임기 중이라도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높은 연봉과 과도한 복리후생도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한다.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의지는 대단해 보인다.
공공기관의 부실과 방만경영은 물론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루고 방치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부채 규모만 해도 지방자치단체 관리 기관을 빼고도 500조원에 육박한다. 443조원 규모의 정부 부채보다 훨씬 많다. 거대한 부실덩어리로 국가 신인도를 위협할 지경까지 와 있다. ‘한국이 망한다면 공기업 때문’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임직원들은 흥청망청이다. 성과급 잔치가 벌어지고 복지가 넘쳐나는 ‘신의 직장’이 따로 없다. 지금이라도 심각성을 깨닫고 본격적인 개혁에 착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개혁이 정부 의도대로 진척될지는 의문이다. 역대 모든 정권이 출범과 함께 공공기관 개혁의 기치를 내걸으나 결과는 늘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 낙하산으로 내려와 태생적 원죄를 안고 있는 경영진, 이를 약점 잡아 실속만 챙기는 노조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완강하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를 잘 알고도 곧 자신의 자리가 된다는 생각에 적당히 넘어가는 관료들을 두고 개혁이 성공할 리 만무하다. 공공기관 개혁의 요체는 ‘낙하산 근절’이다. 이를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이번 정상화 대책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줄도 없다. 요란한 개혁의 칼춤이 시작됐지만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기득세력의 저항을 뚫고 개혁에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비유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혁명을 한다는 각오로 나서도 될까 말까다. 한 쪽에선 개혁을 외치는데, 다른 한편에선 낙하산이 횡행한다면 그 결과는 보나마나다. 공교롭게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발표되는 날 2명의 여권 인사가 낙하산 논란 속에 공공기관장에 내정되거나 취임했다. 낙하산 근절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아예 개혁을 하겠다는 말조차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결심하고 공개 약속해야 한다. 장관들이 기관장들에게 엄포만 놓는다고 개혁이 되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