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는 시내에 있는 터널을 통과한다. 제한 속도는 시속 60㎞인데 대부분 차량은 100㎞를 넘나들며 쌩쌩 달린다. 터널 안에서 차선 바꾸는 것도 다반사다. 감시카메라라도 있으면 교통규칙을 지킬 터인데, 감시카메라도 없다. 이런 터널이 독일이나 일본에 있다면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 정도의 작은 질서도 잘 지키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다.
최근 들어 연일 제기되고 있는 4대강 비리, 원전 비리 나아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이슈 등도 본질은 이와 다르지 않다. 2013년 현재 우리나라 정치인, 공무원의 부패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바닥권인 46위로 발표됐는데, 매년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하니 우울할 뿐이다. 그래도 매년 5000명 이상의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은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전 세계에서 단기간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행정시스템을 배우고 또 정보 공개에 따라 부정부패가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전자정부를 벤치마킹한다.
어떻게 하여야 공직자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직자의 부정부패가 없는 선진국 사회로 갈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공직사회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많이 공개하여 투명성을 늘리는 것이다. 또 공직자가 비리를 저지르면 누구나 신고할 수 있게 하고, 해당 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보공개의 확대, 신고와 처벌 제도의 강화로 어느 정도는 비리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공직자의 의식구조가 변화되어야 한다. 그러한 의식구조와 가치관의 변화는 교육에서 나온다.
교육의 시작은 가정과 학교다.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을 통하여 인간의 가치를 깨닫고 사회 발전을 위하여 법질서를 지키는 민주사회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공직자 경우에는 단기적으로는 공직가치관 교육의 강화, 그리고 공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이러한 목적으로 인문학과 과학의 통섭 교육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인문학 공부는 인간과 사회의 가치를 다시 한 번 깨닫고, 국가와 국민의 발전을 위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갖게 한다. 비판적 사고를 통하여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생기면, 다음 단계는 능동적인 자기계발이고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전문성도 제고될 수 있다. 관련 업무에 대하여 자신감이 있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면 외부의 상황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과학 교육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그리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과학마인드를 갖게 해준다. 이렇게 인문학과 과학의 통섭 교육에 기반을 두면 뿌리가 깊은 윤리의식이 생겨서 웬만한 외압과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교육이 공직사회 변화의 시작이다. 교육을 통하여 훌륭한 공직인재가 만들어지면, 그러한 공직자가 깨끗한 선진사회를 만들어 낼 것이다. 급해도 한 걸음씩 가야 한다. 그것이 비리 없는 공직사회로 가는, 선진 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다.
유영제 (중앙공무원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