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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지역예산 쪽지예산에는 한통속인 與野
올해도 어김없이 국회의원들의 지역이기주의가 극성이다. 이맘때만 되면 나타나는 여의도 고질병인 지역예산은 올해 81건에 2조2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지난해 막판에 쪽지 5000개를 들고 호텔방을 전전하며 예산 5574억원을 끼워 넣은 것은 오히려 약과였다. 꼼수의 표본이자 후안무치의 극치다. 나라 살림은 거들떠보지 않고 표가 묻어 다니는 지역구 사업만 챙기는 의원들의 작태가 한심할 따름이다.

지역예산이 유독 심한 곳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신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대거 추가했다. 지역의 도로 건설이나 철도공사와 관련된 것들로 규모는 5억원짜리가 많다. 5억원의 예산이라도 확보해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공사를 시작하면 2015년부터 적게는 수백억원, 많으면 수천억원의 예산을 타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일단 시작만 하면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예산이 투입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대통령 공약사업, 발등의 불이된 4대강 보완사업도 뒷전이다. 야당 의원들은 4대강 관련 예산의 삭감을 주장하면서도 자기 지역에는 예산을 끼워 넣는 뻔뻔함을 보였다. 국가하천 정비 예산 4278억원 가운데 978억원을 삭감하는 대신 화성의 하천 자전거 길에 37억원, 만경강 정비 사업에 97억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대구에서는 새누리당 의원과 민주당의원이 합작으로 대구순환고속도로건설 사업 예산 200억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의원들이 지역예산에 매달리는 것은 순전히 선거를 의식한 때문이다. 예산을 많이 따내야 유능한 의원으로 평가하는 유권자의 인식이 더 문제다. 전남지사 출마를 타진 중인 주승용 국토교통위원장은 지역 SOC 사업 20여개를 끼워 넣었다. 경북지사 출마설이 도는 강석호 새누리당 간사는 안동~영덕 국도, 영덕~삼척고속도로 사업을 추가했다. 예산안조정소위가 조정하겠지만 불순한 시도만으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예산편성 같은 주요 국사에 전문성이 결여된 채 개인 욕심에만 눈먼 의원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국가적 안목을 가진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것도 지역구에 목매는 의원들을 견제하는 한 방법이다. 아니면 제3의 기구를 만들어 예산을 상시 책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정치개혁 차원에서 지역예산, 쪽지예산을 막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회를 혼수상태에 빠뜨리며 피 터지게 싸우다가도 지역예산 챙길 때는 한통속이 되는 정치권을 더 두고 봐야 하는 국민이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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