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득심(以聽得心)’이란 옛말이 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함으로써 마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즉, 마음을 얻고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에 귀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속뜻을 잘못 이해하거나 종종 예상밖의 사달이 나곤 한다.
이청득심의 참뜻은 올바른 소통이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소통이 이뤄질 때 서로 화해하고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한지 3년이 됐다. 출범 이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중기 전문인력 유출방지 대책, 성과공유 확인제 등 다양한 동반성장 정책을 추진해왔다. 무엇보다 제조ㆍ서비스분야 100개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입을 막아 중소기업의 성장을 도왔다. 대기업과 협력사 동반 원가절감, 신사업개발 등을 추진하고 성과공유제가 3000건을 돌파하는 등 동반성장 문화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화답하듯 동반성장부서나 태스크포스를 별도로 구성하고, 협력업체를 위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하는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잘 경청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동반성장 정책의 수립과 실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동반성장의 규범화에 치우치다 보니 산업전반에 대한 규제만 강화되고 일부 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특히, 적합업종 지정이 중소기업의 시장확대보다는 오히려 외국계 기업의 시장잠식만 키운 결과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오해의 소지가 있었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국산 콩이 안 팔린다며 두부제조업을 적합업종에서 빼달라고 요청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물론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통업계는 제품기획과 판매노하우를 전수하고, 납품대금을 조기에 지급하는 등 현실적인 지원책으로 납품업체를 돕고 있다. 필자도 주요 고객사의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납품업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제안, 고객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자사 브랜드가 30%에 가까운 매출신장을 올리는 성과를 냈고, 그 공로로 지난 10월에는 협력업체를 대표해 책임경영대상을 받기도 했다.
동반성장의 핵심은 중소기업들이 힘들어하는 게 무엇인지 소통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다. 제아무리 많은 예산을 지원한다고 해도 가장 절실한 분야에 집행되지 않는다면 그저 예산낭비로 기록될 뿐이다. 연말연시, 송년회니 신년회니 많은 모임으로 기업인들이 들떠 있겠지만 중소기업들은 불황의 여파를 온몸으로 버티며 생존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은 웰크론도 지난 2011년부터 침구 대리점사업을 전개해 현재 전국 170여 곳에 자사의 브랜드를 내건 대리점이 성업중이다. 이렇다 보니 매년 2회씩 ‘대리점주들과의 소통의 시간’을 마련, 대리점주들의 어려움을 경청해 왔다. 이 자리에서 어려움을 겪는 대리점주를 돕는 상생프로그램이 도입됐고, 본사의 전문인력이 지역 대리점에 파견돼 판촉행사 지원, 매장 디스플레이 개편, 판매전략 재교육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상생프로그램 도입 이후 매출이 크게 오른 대리점이 늘어났고, 이런 결과가 알려지면서 지원 요청이 쇄도하는 상황이다.
진정한 동반성장을 위해선 이청득심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말에 귀기울이고 진정으로 소통한다면 창조경제, 나아가 ‘행복경제’가 구현되지 않을까?
<웰크론그룹 회장 이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