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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함영훈> 서울 한복판에서 벌이는 ‘트리플 악셀’ 살풀이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강원도 안가도 삼척”이라는 말은 방이 몹시 춥다는 뜻이다. 춥기로 악명 높은 방은 왕실을 호위하는 내금위 등 ‘삼청(三廳)’ 부대 내실인데, 사람 입을 거치면서 왜곡돼 이런 속담이 만들어진 것이다. 강원도가 그만큼 추웠기에 속담에 ‘삼척’을 써도 뜻이 통했다. 과거 삼척 관할이던 태백산 인근 고원지역 황지-장성(지금의 태백시)은 예나 지금이나 위도상 북쪽으로 한참 가야하는 최전방 GOP 지역 만큼 춥다.

추운 지역의 겨울철, 아이들은 방에 콕 박힐 것 같지만, 오히려 나가 놀 일이 많다. 스케이트, 얼음썰매 등 놀거리는 굳게 언 빙판, 풍부한 양의 눈이 제공했다. 얼음놀이는 대체 무슨 치명적 매력을 갖고 있었던 것인지, 아이들은 겨울 내내 바깥을 싸돌아 다니느라 튼 손이 고와질 줄 몰랐다.


인간은 석기시대 이후 수만년간 스케이트를 탔다고 한다. 큰 힘 들이지 않고 빨리 미끄러져 가는 얼음썰매는 더딘 직립보행 때문에 가졌던 속도의 불만을 해소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던 모양이다.

나무 바닥에 쇠날을 달아 만든 스케이트는 800년 정도 됐고, 구두에 날을 붙인 것은 200년 가량의 역사를 갖고 있다. 빙상 대회 중계방송 때 흔히 접하는 ISU(국제스케이팅연맹)는 1892년 7월 북유럽에서 만들어졌다. 발레와 스케이트를 접목한 피겨종목도 비슷한 때 등장했고, 쇼트트랙은 20세기 후반 북미에서 고안됐다. 한국 논두렁에서 가장 발달했음직한 스케이트 썰매 공인 대회는 아직 없다.

국내 1호 스케이트 슈즈는 1908년 미국 선교사 길레트(P.Gillett)가 고국으로 돌아가기 직전 남겨놓은 것이다.


1948년부터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은 40년간 동메달 하나 따내지 못하다 1992~2010년 6개 대회에서 금 23개, 은 14개, 동메달 8개를 건졌다. 빙속에선 모태범,이상화, 피겨에선 김연아가 3년전 벤쿠버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땄다.

이상화가 16일 서울 한복판에 빙판에 선다. 올해 10주년을 맞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개장을 축하하기 위함이다. 올겨울 스케이트장 면적은 예년 보다 35% 커졌다. 운영기간도 19일이나 늘어, 폐장 무렵 소치올림픽이 열린다. 어린이 스케이트장, 북카페도 있고, 올해 컬링과 아이스하키가 추가된 강습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주말엔 문화행사도 이어지고, 착한 공정무역으로 싸게 원료를 받은 차(茶)와 생활협동조합의 친환경 먹거리가 선보인다. 수익금은 저개발국 학교, 의료시설 확충에 쓰일 예정이다.


서울광장은 올해 많이 아팠다. 구태정치의 희생양이었고, 반목과 대립으로 볼썽 사나웠다. 광장도, 광장을 찾는 시민도 스케이트의 매력과 겨울을 녹이는 선율속에 상처와 응어리를 치유했으면 좋겠다. 손님 적은 때엔 훌쩍 날아올라 트리플 악셀도 해보자.

/ abc@heraldcorp.com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cham3392?Redirect=Log&logNo=4002086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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