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이 파업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노사가 파업 예고 시한인 18일 오전 9시를 불과 10시간 앞두고 임ㆍ단협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한 것이다. 그 덕에 지하철이 정상 운행되고 있어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없었다. 철도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하철마저 파업을 했다면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은 극에 달했을 것이다. 서울메트로 노사가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감정을 고려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지하철이 외견상 정상 운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철도 파업 여파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은 2호선을 제외한 3개 노선은 서울메트로와 코레일이 공동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도심을 관통해 동두천과 천안, 인천을 잇는 지하철 1호선은 전동차의 90%가 코레일 소속이다. 철도가 파업하면 지하철 운행도 덩달아 차질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니 아무리 대체 인력을 투입해도 철도 파업이 계속되는 한 완전 정상화는 어렵다. 최근 4호선 정부청사역에서 80대 할머니가 전동차 문에 끼어 사망한 사고도 이런 구조적 문제와 무관치 않다. 4호선 코레일 소속 기관사들이 대거 파업에 참여하는 바람에 미숙련 대체 인력이 나섰다 화를 부른 것이다.
그런데도 철도 파업은 도무지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18일로 벌써 열흘째를 맞으며 철도 파업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런 판에 노조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철회 등의 요구안에 납득할 만한 응답이 없으면 19일 2차로 대규모 상경 투쟁을 벌인다며 기세를 세우고 있다. 반면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불법 파업을 주도한 김명환 전국 철도노조위원장 등 지도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이어 노조 본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했다. 철도 운영을 둘러싸고 노사 두 열차가 마주보고 달리는 형국이다.
지하철이든, 철도든 가장 우선 고려해하는 것은 이용 승객의 안전과 불편 최소화다. 노조는 당장 파업을 풀고 진지하고 현실적 대안을 토대로 대화의 마당으로 나와야 한다. 정부 역시 이 같은 관점에서 해결을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다만 만성적인 코레일 적자 해소와 경영 효율화 등 철도 개혁이 그 전제가 돼야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파업은 명분이 없다. 노조는 지금 벌이는 파업이 결국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떼쓰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대화에 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