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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한석희> 초당적 대처가 필요한 북한사태
얼마 전 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런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장성택과 관련한 이런저런 설들이 있는데 뭐가 맞아요. 어떻게 다들 저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지…”. 그가 대북 파트에 관여하지 않아 정보습득에 한계가 있어선지 몰라도 그의 말은 엄살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이 그랬다. 지난 3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실각한 것 같다”는 소식을 긴급(?) 타진한 후 한국사회는 이러저런 ‘설(說)’의 성찬이었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소위 빨대(정보통)를 갖고 있는 의원들은 장성택 처형과 북한 내부 권력구조의 변화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말들을 쏟아냈다. 심지어 4차 핵실험 징후가 보인다든지 국지도발 가능성이 있다든지 하는 말들도 홍수를 이뤘다. 기를 써서라도 작문대회에서 1등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이었다. 이뿐인가. 장성택은 국정원 개혁특위를 둘러싼 정쟁의 도구로도 쓰였다.

‘원 보이스’를 외치던 정부도 국회만 가면 봉인이 풀린 듯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심지어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장성택 처형과 도발 가능성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 혼선을 자초했다. 국민들과 기자들에겐 ‘모르쇠 정부’가 국회만 가면 ‘수다쟁이 정부’로 변한 셈이다.

그러는 사이 국민들의 불안감만 커졌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도 커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다른 소리들이 들리는데 헷갈리지 않을 국민들이 어디 있겠는가.

‘따로국밥 안보’는 국민들을 양 극단으로 나눌 뿐이다. 정치 지형에 따라 춤을 추는 흑묘백묘식 이념의 잣대 칼날만 세워줄 뿐이다. “또 북한이야…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내 참…” 소리 듣기 십상이다. 늑대가 나타나 양이 죽으면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안보’, 특히 북한에 관한 것이야말로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국회와 정부가 적절한 정보 공유와 협의를 통해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그토록 위한다는 ‘국민’이 편안해지고, 더 나아가 통일도 준비할 수 있다. 말이 필요없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ㆍ야가 모두 테이블에 앉아 반성문을 쓰고,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한석희 정치부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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