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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정덕상> 공기업개혁 임기응변할 건가
“민영화가 아니다”-“민영화다”.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를 둘러싸고 철도노조는 파업하고, 정부는 무더기 직위해제와 징계ㆍ체포영장으로 맞서고 있는데 이런 논란이 공기업개혁의 본질인가. 노조는 19일 전면복귀하라는 정부의 최후통첩을 거부하고 상경투쟁을 예고했다. 사단이 벌어질 일만 남았는데 양측 모두 핵심에서 벗어나 주변만 빙빙 돌고 있다.

정부는 민영화가 아닌데도 노조가 불법파업을 했다고 강경하다. 뭐가 무서워 민영화의 첫 단계라고 하지 못하는가. 이렇게 뜨뜻미지근해서도 공기업개혁에 연필깎이 칼이라도 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개혁이라는 말만 나와도 당장 밥줄이 끊어질 것처럼 엄살을 떠는 노조의 반발은 이미 예상됐던 터다. 앞으로 닥칠 철밥통과의 전면전을 앞두고, 정부는 국지전에서 막대한 피해를 보는 느낌이다.

더 이상 좌시하게 않겠다고 단호한 의지를 밝힌 정부의 공기업개혁 방향은 재정위기를 촉발할 만큼 위태위태한 부채규모의 축소, 번돈으로 이자도 못 내면서 정부의 뒷돈만 기대서 흥청망청 써대는 방만경영의 근절이다. 노조와 타협하고 편하게 임기를 보내는 기관장은 해임하겠다, 자산을 매각해서 빚을 갚으라고 독촉장을 보냈다.

외과수술로도 모자란 판에 이런 땜질 처방으로 국가채무(446조원)보다 무려 120조원이나 많은 565조원의 공기업 부채를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언발에 오줌누기식이다. 결국은 민간의 경영기법과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등 근본적인 개혁만이 해결책이다. 지금처럼 국가가 적자를 보전해주지 않는 한 다른 방도가 없다. 코레일이 41%, 정부와 지자체가 59%의 지분을 가졌으니 민영화가 아니라고 피해갈게 아니다. 현실적으로 공공기관 지분 59%에는 국민연기금 투자가 불가피하다. 연기금도 투자 수익금을 올려야 한다. 적자를 국가가 보전해주면서 공적 목적으로 운영하면 공기업이고, 상업적 투자를 받아서 이익을 추구하면 민영화라고 보는 게 맞다. 대통령까지 나서 민영화가 아니라고 해도 민영화는 민영화다. 나중에 말 바꿨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는 임시응변식 발언은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철도노조의 파업과 이로 인한 국민불편 등은 험난한 공기업개혁의 서막에 불과하다.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정권 역시 공기업개혁에 나섰다가 정권의 위기를 맞았다. 코레일은 부채가 17조6000억원에 이르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000억~7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뼈를 깎는 자구책을 마련해도 시원찮은 판에 정년연장과 복지향상은 임단협의 단골소재다. 툭하면 파업이다. 다른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공기업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정부는 한편으로 공공서비스의 적정 가격에 대한 의미있는 여론정지 작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의 원가회수율은 70~80%에 그치고 있다. 민생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치는 절차적 당위성을 갖지 않으면, 노조뿐만 아니라 여론과도 맞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철도노조가 민영화되면 열차요금이 20배 뛴다는 식의 호도성 괴담에 좌초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덕상 정치부장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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