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환경 분야보다 태동은 늦었지만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토양오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토양환경산업은 지구를 살리고 경제도 활기차게 하는 공익형 비즈니스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반환 주한미군기지 및 종단송유관 부지, 산업단지, 폐금속광산 등의 오염문제가 환경이슈로 제기되고, 최근엔 옛 장항제련소 부지 중금속오염, 용산역세권 부지 복합오염, 가축매몰지 주변 토양지하수오염 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토양정화 분야가 환경산업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2000년대 들어 기업들이 앞다퉈 이 분야에 진출하면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2005년 약 500억원 규모에서 2012년 3000억원대로 성장했다. 국내 토양정화업 등록기관은 2005년 30개에서 2011년 124개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타 환경 분야에 필적할 만한 성장세를 이뤄내지 못한 채 최근 들어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이다. 올 들어 국내 관련기업은 101개로 줄어들었다. 토양정화시장 규모는 1000억원 수준으로 작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는 관련 산업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토양 환경의 위기라는 공익의 손실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위축의 원인은 경제침체로 인한 투자축소, 제 살 깎기 식 수주전으로 인한 저가 낙찰 심화, 전문기술 보유기업의 영세성, 토양정화업과 토목공사업 분리발주 미실시 등을 들 수 있다. 결국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토양정화업계는 점점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있으며, 이미 상당수 기업이 명맥만 유지하는 실정이다. 친환경을 강조하는 국제 흐름에 비춰 토양환경산업에 대한 민관의 대승적인 부양책과 개선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업계도 자구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새 활로는 성장 일로에 있는 해외 시장 진출이다. 중국은 2011년 수립한 ‘중금속 오염 종합방지 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토양복원 프로젝트에 750억위안(약 13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해외진출 여건은 여전히 어렵지만 희망의 싹도 보인다. 2012년 (주)에코필은 쿠웨이트에 유류오염 정화설비를 수출했고, 현대건설은 최근 싱가포르 항만 준설토 오염정화 실증사업을 수주했으며, SK차이나 등 다수의 국내기업은 중국 토양정화시장에서 활약 중이다.
국내 토양정화업계의 73%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해외시장 진출은 ‘그림의 떡’일지도 모른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술개발, 해외 토양시장 정보와 발주처 발굴, 프로젝트 참여절차 및 관행에 대한 이해, 언어장벽 등 해결할 과제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1995년 토양환경보전법 제정 이후, 정부는 토양지하수 환경 분야 R&D 지원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향상을 추진해왔다. 또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으며, 산ㆍ학ㆍ연 상호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여럿의 말이 쇠도 녹인다’는 속담처럼 지혜를 모으고 엄두를 낸다면 해외 시장은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새해를 열흘 남짓 앞두고, 지혜와 지원 못지않게 기업인의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
정동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기술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