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액 1조달러, 세계 경제력 8위, 소득 2만4000달러의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지만 국민들의 삶은 우울하다는 통계가 나왔다. 통계개발원의 ‘2013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가운데 밑바닥에 속하는 26위에 머물러 있다. 부의 편중과 심각한 실업, 이념과 지역으로 쪼개진 사회도 삶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요인들로 분석됐다.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우울하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우선 근로자 10명에 1명은 급여는 아예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남자의 경우 4명 중 1명(26.5%)이 고위험 음주자로 술을 입에 대고 산다.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가 많다는 의미다. 하긴 고등학생의 69.6%, 대학생의 69.2%가 입시, 취업 등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풍요 속의 어두운 자화상이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말로는 민생정치를 한다고 외치지만 정작 대선 1년이 지나도록 고장난 녹음기 되돌리는 공방만 벌이고 있지 않은가. 그 바람에 민생은 아예 실종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북방한계선(NLL) 발언 파문,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4대강 사업 등 사사건건 다투고 있으니 국민들은 화가 나는 것이다.
물론 정치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경제 사회 분야도 삶의 질을 끌어내리는 요인들이 수두룩하다.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 명분없는 밥그릇 지키기 파업, 대학 과잉이 낳은 학력 인플레로 늘어나는 청년 백수, 직장에서 쫓겨난 중장년 실업자, 연간 1만명에 달하는 자살, 학교 폭력과 각종 사고 등이 국민들을 우울하게 하는 것들이다. 심지어 층간소음과 주차시비까지도 스트레스가 되고, 사회 문제화 되는 세상이다.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안타깝고 답답하다.
겉은 화려하나 속은 곪아가는 사회현상을 바로 잡으려면 정치권이 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소득은 3만달러를 향하고 있는데 국민들은 왜 삶이 우울하다고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마침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1년을 맞아 “국민만 보고 달려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진정성은 보이지 않는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민주당 비판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도 다를 게 없다. 언제까지 죽은 자식만 붙들고 있을 것인가. 통계개발원 보고서는 정치권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