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여객 및 물류의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 이슈 중에서도 수서발 KTX 노선을 분리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정부 계획에 대한 노조의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수서발 KTX 노선을 자회사로 분리함으로써 기존 KTX 노선과의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생각이고, 철도노조는 이러한 수서발 KTX 노선의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에 국회까지 나서 수서발 KTX 노선의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와 무관하다고 이야기를 해 보지만, 철도 노조는 이러한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파업하고 있다.
정부는 철도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이라 예상해 정치적 타협보다는 강경한 대응을 선택한 듯하다. 그러나 최근 여론의 동향은 정부의 예상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 보인다.
지난 10일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이 철도 민영화에 대한 수순이라 보느냐’는 질문에 맞다는 답변이 54.1%, 민영화와 무관하다는 응답이 22.9%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이 정부의 주장에 크게 공감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론이 이런데도 정부가 강경일변도로 나서는 것이 과연 정치적으로 현명한 결정일지 의문이 든다.
어느 쪽 주장이 국민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잠시 접어두자. 당장은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 대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철도파업이 역대 최장기간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재 상황은 노조 지도부의 결정을 조합원이 지지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현재 철도노조는 표면적으로는 민영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고수익이 예상되는 수서발 KTX가 자회사로 분리되면 코레일의 이윤이 줄고 재무구조가 악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즉, 조합원 입장에서는 수서발 KTX의 자회사 분리가 본인의 생존권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노조 간 대립의 중심에는 KTX를 제외한 대부분의 노선이 만성적인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철도사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여기에 수익성을 갖고 있는 수서발 KTX를 자회사로 분리하면,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코레일이 전부 떠안는 꼴이 된다. 직원 입장에서는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책임만을 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우려는 노조원에 대한 임금삭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뿐 아니라 나아가 적자노선에 대한 운행 감축 등으로 인해 철도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포함된다.
정부와 철도노조는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현 상황에서 서로의 입장을 조금 더 헤아림으로써 양측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양측의 이해를 절충하는 대안으로 수서발 KTX 노선을 코레일이 운영하되, 수서발과 기존 KTX 노선을 별도의 사업부로 분리 운영함으로써 정부가 의도한 경쟁 효과를 불완전하게나마 기대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겠다.
정부와 노조 양측 모두 한 발씩 양보해 하루속히 타협점을 찾아야 할 때다.
홍순만 연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