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사회적 고아로 만드는
실업문제 해결은 국가적 과제
대학 향해 한 줄로 세우는
모노레일 시스템 혁파해야
천하를 평(平)하게 하려면 통치자는 백성들이 노인을 노인답게 대우하고, 어른을 어른답게 대우하며, 나라가 고아를 구휼해야한다는 의미로 노노(老老) 장장(長長) 휼고(恤孤)해야 하며, 이것이 혈구지도(矩之道)라고‘대학(大學)’에 기록돼 있다.
요즈음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이 사회적 고아가 되어 통치자가 구휼의 손길을 내밀어 주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몫은 정부와 기업의 어른들에게 있다.
일자리는 생계수단이며, 일자리가 있어야 청년들이 결혼을 할 수 있고, 결혼을 해야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 나아가 일자리는 자아실현의 마당이며, 청년들에게 국가 발전과 인류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청년을 사회적 고아로 만드는 실업 문제는 더 이상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너무 심각하다.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각급 학교 졸업생은 물론, 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 취업시험을 재수·삼수하며 졸업을 늦추고 있는 대학생, 휴학을 하면서 각종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청년까지 포함하면 매우 심각하다. 일자리가 없는 젊은이들의 숫자가 누적될수록 신뢰는 떨어지고 갈등이 늘어난다.
일자리 문제는 교육과 고용이 연계된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왜냐하면 학교가 배출하는 인력 공급구조와 노동시장이 필요로 하는 인력 수요구조의 괴리로 인해 기업은 구인난이지만 청년들은 구직난인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가 기업경쟁력 저하는 물론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사회경제적 문제기 때문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교육 시스템과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모든 학생들을 대학을 향해 한 줄로 세우는 모노레일(mono-rail) 체제를 여러 줄 가운데 한 줄을 선택을 할 수 있는 멀티트랙(multi-track) 체제로의 개편이 순조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새해부터 ‘한국형 일ㆍ학습 듀얼시스템’을 가동시킨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과거처럼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아 실습생에게 제대로 교육훈련은 시키지 않고 허드렛일만 시켜 실패했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할 것이다. 교육 시스템을 고용친화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여러 줄 가운데 한 줄을 선택해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도 고용친화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청년도전을 지원하는 정부 시스템, 청년실패를 포용하는 사회 시스템, 그리고 청년 해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시스템이 필요하다.
일자리는 청년 생계를 위한 인간안보 과제이자, 사회건강도 제고를 위한 사회안보 과제이며,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국가안보 과제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하면 공공부문이 비대화되어 민간부문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하므로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지렛대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청년 일자리 창출은 정부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을 움직여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대기업과 다국적기업 등 기업과 특성화고와 전문대학 및 종합대학 등 교육기관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어른들의 유기적 네트워크를 구축·활용하여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다.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사회적 고아로 추락하는 것을 막고, 미래세대의 주역으로 비상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기업이 청년 일자리를 만들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기업의 어른들이 모두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일자리 없는 청년들에게 구휼의 손길이 닿아서 그들이 일자리를 갖게 되면, 가정에서 효(孝)가 일어나 노인들은 노인대접을 받고 어른들은 어른대접을 받아 나라가 평안해질 것이다.
권대봉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