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KTX의 민영화 논란으로 촉발된 철도파업이 정부와 민노총의 정면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경찰이 22일 수배된 철도노조 간부를 검거하기 위해 민주노총 본부에 공권력을 투입하자 이에 반발한 민노총이 28일 총파업과 대통령 퇴진운동을 전격 선언하고 나섬으로써 큰 충돌이 우려된다. 안보가 위중한 때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걱정이다.
경찰이 민주노총에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1995년 민노총 설립 이후 1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민노총 주도의 과격시위가 숱했지만 민노총 본거지는 성역이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그런 곳에 공권력을 투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사태를 엄중하게 본다는 증거다. 이번 철도파업이 명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순수한 노동운동을 벗어나 반정부 과격시위의 불씨가 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ㆍ통진 등 야권이 중재는커녕 충돌현장에 떼로 몰려가거나 뒤에서 군불을 지피는 것에서도 이런 정황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일이 여기까지 이른 데는 1차적으로 철도노조의 잘못이 크다. 장관에 국무총리,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 철도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이는 억지다. 겨우 억지 하나로 나라를 온통 난장의 구렁으로 몰 작정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당장 화물운송이 30%대로 떨어져 물류에 차질을 빚고 있다. KTX와 새마을ㆍ무궁화 등의 열차 운행률도 70%대로 떨어졌다. 수도권 전철도 80% 정도 운행된다.
국가경제와 국민에게 큰 타격을 주면서도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는 목을 매는 식이라면 누가 봐도 사리에 맞다 할 수 없다. 소관부처 장관이 오죽하면 수서발 KTX의 지분을 팔면 면허를 취소하겠다고까지 했겠는가. 철도노조가 이런 이유로 민주노총을 끌어들여 일을 크게 키운다면 국민적 불신과 외면은 더 커질 것이다. 정부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국민 지지부터 받아보기 바란다. 그리고 국민 혈세로 해결해야 할 천문학적 빚에 얹혀산다는 오명을 걷어내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국가 전체의 혼란 사태는 기필코 막아야 한다. 역설적으로 이런 때는 대화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강력한 공권력 행사도 능사가 아니다. 정치권은 파국에까지 당리당략을 내세우기보다 중재력을 발휘함으로써 그동안 지탄받아 온 정치 실종의 멍에를 일거에 걷어내 보일 기회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상황을 설명하고 또 이해와 설득, 호소도 할 때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