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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동지와 성탄 축제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이런 무리한 요구가 또 있을까. 동지섣달 즉 양력 12월~1월에 피는 꽃은 거의 없다. 동지섣달 꽃을 본다면 시쳇말로 ‘대박’이다. 햇볕 좋기로 유명한 밀양(密陽) 아낙네의 도를 넘는 주문은 사랑하는 남정네를 향한 불타는 연정의 에너지라고 해두자.

음력 11월은 동지(冬至)가 있어 동짓달이다. 동지는 1년 중 밤이 가장 긴 양력 12월 21~23일 중에 찾아온다. 동지 이후 낮이 길어지고 그만큼 햇빛의 양도 많아진다. 태양, 즉 생명력과 광명의 부활이라고 여겼던 동양 사람들은 동지를 ‘작은 설(亞歲ㆍ아세)’이라고 불렀다. ‘동지첨치(冬至添齒)’는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뜻이다.

동지팥죽도 태양과 무관치 않다. 팥이 양(陽)의 색이라 긴긴밤 팥죽을 만들어 먹는 것이 음귀를 쫓는데 좋다는 믿음은 밝은 내일을 기약하는 희망의식이었다.


서양도 다르지 않았다. 페르시아에는 동지의식이 있었다. 태양의 부활이라는 동서양의 공감대는 동지와 성탄절을 이어준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에 벌인 고대 로마의 ‘태양 탄생일 축제’와 연관이 있다. 313년 크리스트교가 공인되자, 예수(Christ) 탄생의 의미를 기존 태양의식(maesse)에 얹어 성탄 축제를 갖게 됐다. 동지팥죽을 성탄절에 먹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인류는 추운 겨울을 숱하게 지나왔다. 고통은 반드시 지나갈 것을 믿기에, 동서고금 누구든 밤이 가장 긴 동지와 성탄절에 찬란한 희망의 에너지를 충전했던 것이다. 동지섣달에 꽃이라도 볼 듯이 말이다. 동지는 어둠의 짙은 터널이 아니라 새 출발이다.

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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