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의 파업을 둘러싼 노ㆍ정 간의 논리대결을 보노라면 삼척동자도 고개를 절레절레할 노릇이다. 정부는 장관 총리 대통령까지 나서서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철도노조는 한마디로 뚝 잘라 민영화라며 맞서고 있다. 어깃장도 이런 어깃장은 보기 힘들다. 온갖 불편을 감내하고 있는 시민들로선 맞다 아니다 싸움판에 어안이 벙벙하다.
철도부문의 부실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은 국민상식이다. 철도개혁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고, 경쟁체제 도입은 당연한 것이다. 정작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대표적인 후진적 공공부문인 철도사업을 제대로 개혁하자면, 민영화든 그 이상이든 필요하면 응당 해야 마땅한데도 정부는 민영화만은 한사코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는 점이다. 민영화가 무슨 금단의 열매라도 되는 것인가.
철도파업이 최장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는 지경이 된 데는 정부의 안이한 대처 탓이 크다. 왜 진작 당당하게 철도부문의 문제점을 낱낱이 국민 앞에 공개하고 알리지 못했는지 한심하다. 이제는 타이밍을 놓쳐 철도노조가 입버릇처럼 내뱉는 민영화는 곧 폭탄요금이라는 구호를 가로 막아서기에 바쁜 꼴이 되고 말았다. 단순논리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어떻게 밑 빠진 독을 뜯어 고칠지 답답하다. 이제라도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알려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18조원대에 이른 철도부문의 빚이다. 하루 이자만 13억원에 이르고 이대로 두면 2020년엔 빚은 20조원대가 된다. 코레일 연간 적자는 5000억원, 대학생 7만명의 등록금과 맞먹는데도 철도 기관사들은 3시간 근무조건이다. 민간 베이스에서 보면 한 사람이 할 일을 대여섯이 움켜잡은 형국이다. 그러고도 6500만원대의 평균연봉(KTX는 8600만원)을 향유한다. 철도 종사자들 스스로 철밥통임을 대놓고 자랑삼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철도개혁은 불가피하다. 역대 정권이 번번이 개혁에 실패한 것도 묻지마 파업 때문이었다. 노무현정부 때는 더 심각했다. 민영화를 포기했지만 철도청의 공사전환을 반대하며 노조가 파업을 단행하자 가차 없이 진압했다. 당시 강경진압을 앞장서 주창하고 이끈 이가 바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다. 문 의원은 이런 사실을 망각한 듯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강경대처를 조목조목 비난하며 노조 감싸기에 바쁘다. 문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인사들의 말 바꾸기, 그 표변이 철도노조의 비상식 파업보다 더 어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