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26일 선정 발표한 200대 미래 유망 부품 소재 기술이 주목을 끈다. 뭐든 칠만하면 태양전지가 되는 ‘솔라 페인트’, 깃털보다 가벼운 ‘초경량 미래형 에어로 메탈’ 등이 포함돼 있다. 외과 수술 후 부작용 없이 조직 재생을 도와주는 ‘자가치유 가능한 인조직 접합소재’도 있다. 부품 분야에선 충전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용 독립형 자가 전원’이 눈에 띈다. 공상과학 영화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것들이다. 그러나 정부는 2020~2025년 정도면 실생활에서 활용이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우리 부품 소재 기술력이 이 정도까지 왔다는 게 자랑스럽고 흐뭇하다.
실제 우리 부품 소재 산업은 괄목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 올해 우리나라 부품 소재 분야 수출은 2616억달러로 전체 수출 5600억달러의 47%가량 차지할 전망이다. 특히 이 부문 무역 흑자는 969억달러(102조원) 정도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게 확실하다. 한국이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대중(對中) 수출 1위 국가로 부상하게 된 것도 63%까지 비중이 올라간 부품 소재의 선전이 큰 힘이 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빈약하기 짝이 없던 우리 부품 소재 산업이 이처럼 성장한 것은 꾸준한 지원과 투자의 결과다.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대기업 그룹과 그 협력업체들이 연구ㆍ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려갔고, 정부도 육성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효성이 10년간 500억원 넘는 돈을 투자해 개발한 폴리케톤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더욱이 지난달 내놓은 ‘3차 소재 부품 발전 기본계획(2013~2020)’을 통해 세계 4대 부품 소재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여전히 일부 핵심 부품과 소재의 기술력은 선진국에 미치지 못한다. 대일(對日) 무역적자 가운데 이 부문 비중은 갈수록 늘어 지난해 47%까지 올라갔다.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자칫 머뭇거리면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치이는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부품 소재 산업은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와 TV 같은 완제품들과 달리 부품과 소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실질적인 제품 경쟁력은 여기서 갈라지게 된다. 세계 1등 제품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다. 3차 기본계획을 통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지만 더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50년, 100년 뒤까지 먹고 살길을 지금부터 확고히 다져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