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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아베의 신사 참배는 또다른 침략행위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반대를 무시하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현직 총리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 이후 처음이다. 아베는 참배 후 “일본을 위해 귀중한 생명을 희생한 영령에게 존숭(尊崇)의 뜻을 표했다. 중국, 한국민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고 변명했다.

이번 행위에 대해 우리나라는 정부 대변인이 나서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반역사적 시설물을 참배한 것은 한ㆍ일 관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협력을 근본부터 훼손시키는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분노를 표했다. 중국은 “역사정의와 인류양식에 공공연히 도전하는 행위로 강력한 분노를 표시한다”고 비판했다. 미국도 “이웃 국가들과의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해 실망했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일본 내부 반발도 적지 않다.

이로써 한ㆍ일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들게 됐다. 일본은 엊그제 우리 한빛부대가 유엔을 통해 탄환 1만발을 보충받은 것을 두고 정치적으로 악용하기조차 했다. 미ㆍ일 동맹의 미명아래 집단적자위권 행사도 강행하고 있다. 게다가 역사 교과서 문제, 독도 영유권주장, 방공식별구역 갈등까지 악재란 악재는 죄다 겹친 상황이다. 그동안 관계 개선을 위한 물밑대화도 모두 수포로 돌아갈 판이다.

외교적인 대응을 더 강구할 때다. 차제에 대일(對日)관계를 재설정할 기회다. 물론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거국적으로 반발을 하지만 일본에 타격을 줄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집단적방위권, 자위대 무장 등에 대한 우려에도 아베 정권은 철저하게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아베는 전쟁과 군대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마저 개정하려 들게 뻔하다. 박근혜정부의 최대 고민이다. 박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일본에 대한 각별한 조치를 취할 모양이다. 강력한 각성제 투여가 필요하다.

아베 정권은 더 이상 군국주의 깃발을 앞세워 국제 질서를 교란해선 안 된다. 자국이기주의도 도가 지나치면 사면초가를 자초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아베 총리의 군국주의 일탈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주변국에 대한 또 하나의 침략행위와 같다. 일본은 군국주의 망령을 버리고 침략전쟁과 그 찬탈행위에 대해 잘못을 반성하고 진정 사과해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고 또 이웃나라의 파트너로 남을 수 있게 된다는 걸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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