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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함영훈> 세밑 유종의 미(有終之美)를 도모하는 최고의 비결
[함영훈 라이프스타일부장] “서경(書經)의 ‘오자지가(五子之歌)’ 편에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고, 근본이 굳어야 나라가 편안하다’고 했습니다. 초년에는 폐하께서 백성 위하기를 상처 입은 사람 대하듯 하고,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가엾게 보았으며, 백성들을 자식처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근년에 와서는 예전의 겸손하던 정신을 잃고 백성을 노역으로 가볍게 부리며 ‘백성은 할 일이 없으면 교만하고 방자해지며, 힘들게 일을 시켜야 부리기가 쉽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할 이유입니다.”

당태종 이세민(599~649)과 신하의 정치문답을 기록한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따르면, 대신 위징(魏徵 580~643)은 처음엔 잘 하다가 점점 정치를 잘 못하는 태종을 향해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


위징은 “옛말에 무엇이든지 알기는 어렵지 않으나 실천하기가 어렵고, 실천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끝내기가 어렵다고 했다“면서 이세민이 초심을 잃고 백성을 가벼히 여기는 모습 외에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려운 10가지 충고를 거침없이 토해냈다.

그는 제왕과 측근이 더 이상 무욕(無慾)하지 않은 점, 겸손과 겸약을 버리고 날이 갈수록 뽐내고 사치스러운 마음이 늘어나는 점, 신하가 충언할까봐 지레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내 몸이 편치 않다’고 하면서 충신의 입을 가로막는 제왕의 행태 등을 지적했다.

위징은 특히 “향기로운 꽃 옆에 있으면 좋은 향기가 배고, 썩은 냄새가 나는 생선 옆에 오래 있으면 악취가 밴다”면서 측근 정치의 폐단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가까이 지내게 되면 그 결점이 보이지 않게 되고, 공경한다 해도 가까이 하지 않으면 그 장점을 알 수가 없다. 소인배를 곁에 두고 친밀해지면 그 결점을 깨닫지 못하는데, 어찌 국가를 융성하게 일으키겠는가”라고 따져묻기도 했다.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할 이유가 10가지나 있었지만, 이 내용을 담은 정관정요가 훗날 통치의 교과서로서 여러 지도자들이 탐독했을 정도로, 당 태종 재임기는 전성기를 구가했다고 사가들은 평가한다.

최고의 비결은 바로 이세민이 위징의 독설을 모두 수용했다는 점에 있다. 위징은 한때 황태자였던 이세민의 형 이건성에게 “동생 세민을 제거해야한다”고 권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세민은 형을 제압한 뒤 황제가 되어 위징의 솔직담백함을 높이 사, 간의대부(諫議大夫)로 발탁했다.

재임중 사사건건 주군에 간언하던 위징이 죽자 이세민은 “사람이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면 의관이 바른지를 알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나라 흥망성쇠의 도리를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以人爲鏡) 자신의 잘잘못을 알 수 있는 법인데. 위징이 죽었으니 나는 거울을 잃어버린 것이다”고 비통해 했다고 한다.

또 한해가 저문다. 유종의 미는 내년을 위한 것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최고의 비결은 남의 충고를 듣는 일이다.


/abc@heraldcorp.com

▶위징 초상화 출처= 네이버-신원문화사

▶세밑 이미지 출처=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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