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회 1월 첫회의
불통 부르는 ‘칸막이’ 없애고
다양한 영역 결정자 참여유도
균형있고 원활한 협의·조정을
언론 보도에 의하면, 국가안전보장회의(이하 안보회의)를 내실화하기 위해 그 내부에 신설되는 상임위원회가 내달 1월에 첫 회의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장성택 처형 등 불안정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북한의 돌출 행동 가능성 등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유명무실했던 안보회의를 활성화하기 위한 이와 같은 조치에 대해 특히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을 기대해 본다.
첫째, 법치주의의 증진이다. 우리나라 행정에서 나타나는 특성 가운데 하나가 형식과 실제 간의 극심한 이원성이다. 심지어 헌법기구들조차도 유명무실하게 방치해둔 채 굳이 다른 형태의 유사 기구들을 만들어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안보회의(US NSC)를 모델로 삼아 우리나라에서도 안보회의를 신설한 것은 1962년이었다. 그러나 이 헌법기구는 유명무실한 채로 있었고, 1981년부터는 아예 사무처조차 폐지되었다. 김영삼 행정부는 안보회의는 활용하지 않으면서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 등 무려 6개의 외교안보통일 관련 의사결정 기구들을 두었다. 그후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를 신설하고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당시 이회창 국무총리의 참여 여부를 두고 반발과 퇴진 사건이 불거지는 등의 혼란이 따랐다.
1998년 김대중 행정부에 의해 안보회의가 최초로 활성화되었고, 노무현 행정부 말까지 10년간 지속되었다. 이명박 행정부는 출범과 더불어 안보회의 상임위원회와 사무처를 폐지하고, 대신에 대통령실에 ‘위기정보상황팀’(비서관급 팀장)을 두었으나 곧 ‘위기상황센터’로 바꿨다. 그후 ‘천안함 피격’ 및 ‘연평도 포격’ 사건을 겪으면서 2010년에 ‘국가위기관리센터’ 그리고 ‘국가위기관리실’(수석비서관급 실장)로 점차 기구를 격상시켰다. 이번에 시도하는 안보회의의 재활성화는 최고위급 외교안보정책 기구를 헌법에 따라 내실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둘째, 안보회의의 부활을 통해 집합적(collective) 의사 결정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보회의의 원형인 미국의 경우 외교ㆍ국방ㆍ정보 등은 물론이고, 재무ㆍ법무 등 다양한 영역의 의사결정자들이 고르게 참여하여 원활하고 균형있는 협의가 가능하도록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우선 외교ㆍ국방ㆍ통일ㆍ정보 분야의 관련 보직자들부터 균형있는 참여와 그들 간의 원활한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겠다. 이명박 행정부가 안보회의 사무처를 폐지한 이유를 그 이전 정부에서 특정인에 의한 ‘전횡’이 이루어졌던 문제점에서 찾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행정부의 안보회의가 제도와는 별개로 대통령의 신임에 따라 주도권이 이리저리 옮겨 다닌 것이 사실이다. 김대중 행정부에서 안보회의를 주도하던 청와대 특별보좌관이 통일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부터는 통일부가 주도하였다. 노무현 행정부에서도 안보회의를 주도하던 사무처장이 통일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자 사무처 기능을 청와대에 신설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이 수행하였다.
‘9ㆍ11 테러’ 사건을 방지하지 못한 주 원인을 국가기구들 간의 취약한 정책조정능력에서 찾은 미국 정부가 국토안전부(DHS)를 신설하여 연방수사국(FBI)를 비롯하여 22개 기구를 귀속시켰다. 또한, 중앙정보부(CIA)을 비롯하여 16개에 이르는 ‘정보공동체(Intelligence Community)’ 기구들을 총괄하는 국가정보부장(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직위를 신설하여 중앙정보부장이 하던 지휘권을 접수하도록 했다. 어느 힘 있는 부서가 협의체 운영에서 원활한 협의와 조정을 방해할 여지를 방지하기 위한 조처였다. 미국에 비해 훨씬 더 기구 간의 ‘칸막이’ 현상이 심하면서도 힘의 쏠림이 강한 한국에서 참고해야 할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정용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