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석 문경경찰서장)
무한경쟁시대 루저(loser)들의 무모한 도전, 모 방송사에서 2005년 시작한 2000년대 가장 성공한 예능프로인 '무한도전'의 시작은 보잘 것 없었다.
평균 이하의 못난이들이 각종 미션을 수행하며 생고생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갯펄에서 온몸을 던져 구르고 목욕탕 물을 이 통에서 저 통으로 퍼 나르는 게임을 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무모한 도전이 여기 또 있다.
해마다 빠지지 않고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는 우리 경찰서 경찰관 3인방! 철인 3종을 참가했다고 해서 주변에서 부러움의 눈길로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도 자랑을 안 하는 걸로 봐서는 괄목할만한 기록을 갱신한 것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3인방의 끈기와 노력이 언젠가는 동료들의 찬사와 격려로 보상받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문경경찰서장으로 부임하여 직원들과 첫 만남에서 당부한 것은 '무한도전 경찰'이 되자는 것이었다.
무한도전 경찰이란 무한경쟁의 시대에 걸 맞는 실적 좋은 경찰이 아니다.
무조건 도와주고 한없이 도와주고 도와달라고 말하기 전에 도와주고 전화 받기 전에 도와주는 마음 따뜻한 경찰을 뜻한다.
예를 들면 충북도와 도 경계지점의 1개 면 소재지를 혼자 책임지면서 순찰오토바이를 타고 재빨리 우체국에 달려가 2개월 동안 2건의 보이스피싱을 예방한 이 경위, 읍 소재지에 있는 영세식당의 LPG가스통을 훔쳐간 좀도둑을 신속히 검거한 양 경위.
또 주말 등산객이 산행 중에 잃어버린 현금 100만원을 자신의 일처럼 산을 뒤져 찾아준 김 경위, 들깨 도둑을 잡아 도난당한 들깨를 피해 농민에게 되돌려준 김 경위 같은 우리 경찰서의 직원들 말이다.
이런 솔선수범하는 경찰들이 바탕이 되어 우리 경찰은 지난 달 7일부터 5월 17일까지 선량한 시민들을 괴롭히는 생활 속 반칙왕들을 단속하고 있다.
생활반칙(안전비리, 서민갈취 등), 교통반칙(음주운전, 난폭운전 등), 사이버반칙(인터넷 먹튀, 보이스피싱 등) 등 3대 반칙행위가 대상이다.
예능프로 '무한도전'의 성공은 못난이 경쟁을 펼치는 출연자들에 대해 시청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공감하고 응원하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무한도전 경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민들로부터 공감 받는 경찰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공감할 줄 알고 감동할 줄 알아야 하며 창의적인 사고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우리 경찰서는 마당과 정문에 바람개비를 꽂아두고 바람을 맞아 힘차게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볼 때 마다 경찰의 존재이유와 스스로의 직무자세를 되돌아 볼 수 있도록 했다.
바람은 시민들의 작은 손짓이고 바람개비는 그것에 응답하는 경찰일 테니!
경찰서 정문 왼편의 영산홍 울타리 앞에 시민의 소리함을 곧 설치할 예정이다.
기회가 되어 우리 경찰서 앞을 오가다 분홍빛 영산홍 옆 붉은 빛을 띠고 서 있는 '시민의 소리함'을 마주하게 된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단 소리, 쓴 소리를 적어 넣어주시길 고대한다.
무한경쟁시대에 시민들과 공감할 줄 알고 감동할 줄 아는 바람개비 경찰, 무한도전 경찰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