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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영덕군민의 날, 스무 살 잔치는 미뤄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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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 영덕군수)


복사꽃의 계절이다
. 꽃말이 '희망'인 복사꽃은 예로부터 유토피아를 상징했다. 중국 진나라 도원명의 '도화원기'에는 한 어부가 복숭아 숲에서 헤매다 무릉도원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조선 초 화가 안견은 안평대군이 꿈에서 봤다는 환상의 도원을 걸작 '몽유도원도'에 담았다. 흐드러진 분홍과 은은한 향기로 가득한 동양적 이상향에서 사람들은 평화롭고 행복하다. 20174, 복사꽃 만발한 영덕도 그렇게 보인다.

허나 역사의 프리즘으로 걸러보면 복사꽃의 의미는 한층 깊어진다. ‘희망이 실현되는 지난한 과정에는 영덕군민들의 애환이 켜켜이 깃들어 있다.

70대 이상의 어르신들은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1959년 사라호 태풍이 휩쓸고 간 폐허 속에서 다시 삶을 일구기 위해 흘렸던 땀과 눈물을. 농경지를 뒤덮은 사토에 복숭아나무가 빽빽이 심기고 따스한 봄볕에 나무 마디마디에서 일제히 꽃망울이 터진 날, 모두는 희망을 보고 미래를 보았을 것이다.

지금 영덕복숭아는 대표 특산물로 동남아시아까지 수출되며 농가소득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 영덕의 복사꽃말은 역경을 딛고 선 희망이라야 한다. 영덕군민의 날은 역시 복사꽃이 피는 4월이 제격일 수밖에 없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1998417, 역사적인 제1회 군민의 날이 군민운동장에서 열렸다. 1998년일까? IMF 외환위기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기 시작한 때가 199712월이었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해고와 긴축재정으로 국민의 삶이 극도로 피폐해지는 시기였다.

산업화에 따른 인구유출로 1967년의 12만 인구가 54천명으로 반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지역경제도 악화되었다. 사라호 태풍 때보다 힘겨운 시기가 닥쳤을 때 우리군민은 다시 힘을 냈다.

모두 형편이 넉넉지 않았지만 오히려 복사꽃 큰잔치를 벌여 음식을 나누고 몸을 부대끼며 서로를 북돋았다. 게다가 이웃의 시민과 군민까지 불러 모아 영덕대게를 함께 먹고 즐기는 제1회 영덕대게축제도 개최해 잔치의 판을 키우는 대범함도 있었다. 그렇게 고비를 넘겨냈다.

어느새 군민의 날 20주년이 되었다. 불굴의 의지와 긍정의 마음으로 다져온 세월 속에 영덕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영덕대게축제는 경상북도 최우수축제로 이름을 날리고 영덕대게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가, 강구대게거리는 한국 관광의 별과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되며 지역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모든 군민, 국회의원, 공직자의 염원인 상주-영덕 고속도로가 7년의 우여곡절 끝에 개통되는 경사를 맞았다.

새해 초 강구항을 필두로 시작된 관광특수는 축산항을 비롯한 군 전역에 호황을 불러왔다. 유소년축구 특구사업을 포함한 스포츠산업은 관광산업과 함께 영덕의 희망찬 미래를 앞당기는 쌍두마차가 될 것이다.

올 하반기 동해중부선 철도 개통으로 영덕은 경북 동해안 교통의 요지로 거듭나며 인구증가와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큰 도약이 예상된다.

복사꽃 향기 가득한 봄날에 20주년을 맞는 영덕군민의 날을 크게 기념하고 싶었다. 군민운동장에 모두 모여 수고했다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위로하고 영덕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소통 한마당을 벌여보고자 했다.

5월 대통령 선거 때문에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그간 불거진 사회적 갈등을 민주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국정 정상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요 현안을 정책으로 가다듬어 대선공약에 포함되도록 역량을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번 고속도로 개통을 겪으면서 준비가 미흡했던 부분을 철저히 보완해 하반기 동해 중부선 철도 개통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2017417. 여느 때와 달리 군민의 날, 스무 살 잔치는 미뤄졌지만 진심으로 축하하고 축하드린다. 오랜 세월, 현재의 영덕을 위해 삶의 현장에서 묵묵히 노력해온 모든 어르신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영덕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엔 격려와 당부의 말을 전한다.

아울러 현재를 논하고 당장의 시급한 과제를 함께 풀어갈 모든 분들에겐 생각·관점의 차이를 관용하는 자세로 영덕의 미래를 위해 변함없이 경청하며 소통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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