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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섬마을에 들어선 대형리조트…“농심(農心)은 타들어간다”
‘라마다・씨원리조트’ 공사 후 인근 관정 두 곳 모두 말라
신안군, 1일 550톤 지하수 사용허가, 또다시 개발 비상
섬주민 2300명, 피서철 숙박객 2000명 물부족 우려
가뭄속 주민 “여태 한번도 없던 일, 실태조사 시급해”
백길저수지가 바닥이 나면서 모내기와 대파파종을 앞둔 논과밭은 올스톱됐다. 서인주 기자
신안군은 대형 굴삭기를 동원해 바닥을 파는 준설공사를 진행중이다.
저수지와 관정이 마르자 대파밭 스프링클러 가동도 중단됐다. 농부가 초조하게 대파밭을 바라보고 있다. 서인주 기자
주민들은 물부족 원인을 대형리조트의 대규모 지하수 공사에서 찾고 있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신안)=서인주 기자] “부락에서 가장 큰 저수지도 거북이 등껍질처럼 모두 말라버렸어요. 대형 리조트 공사가 진행되면서 인근 관정 물줄기가 끊긴거죠. 가뜩이나 가뭄으로 힘든 상황인데 엎친데 덮친격입니다”

지난 18일 현장에서 만난 문치웅 전남 신안군 자은면 백길마을 이장(40)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마을 인근에 라다마&씨원리조트가 들어서면서 극심한 물부족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곳은 지난 2019년 공사가 시작돼 다음달 정식개장을 앞두고 있다.

마을과 대형리조트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현재 관정 두 곳 중 한곳은 아예 멈춰섰다. 관정이 만들어진 게 30년 전인데 처음있는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주변 논과 밭 수천평은 모내기가 중단됐고 대파파종은 연기됐다. 이대로면 올해 농사를 망칠 수 있다.

자은도는 마늘 주산지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섬 전체를 뒤덮은 마늘밭에서 쏟아지는 스프링클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형리조트 1km반경내 관정은 작년대비 수량이 20%대에 머물러 있다. 이 관정은 마을 주민들이 백길해수욕장 매점 운영과 농업용수로 활용하던 곳인데 풍부한 수량을 자랑했다. 현재 가늘게 물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곳이 무너지면 기댈 곳이 마땅치 않다.

대형리조트와 인접한 관정은 작년대비 수량이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인주 기자

문 이장은 5년전 고향마을로 귀농 후 벼와 대파·마늘 농사를 짓고 있다. 굵은 손마디와 작업복에 묻은 흙탕물에서 농부의 고단함이 엿보인다.

“보세요. 이러다가 진짜 큰일납니다”

인근에서 가장 큰 백길저수지는 이미 바닥이 드러난 상태다. 신안군은 대형 굴삭기를 동원해 준설작업을 진행중인데 이곳이 저수지였음을 알기 힘들 정도다. 작년까지만 해도 많은 물이 차 있던 곳이 사막처럼 변해 버렸다.

대파밭에서 만난 윤용술(77)도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윤 씨는 “자은도에서 평생을 살았는데 올해 같은 물 부족은 처음이다. 지금쯤 대파밭이 다 푸르게 변해야 하는데 물이 없어 스프링클러를 못 돌린다. 논과 밭이 죽어가고 있다” 며 “호텔과 대형리조트에서 대형 관정을 깊이 뜷어 지하수를 끌어다 쓰니 물이 더 부족해 지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농민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을까?

라마다&씨원리조트는 상수도 고갈을 우려해 100% 지하수로 운영한다. 여기에 온천 1개공(1일 450톤), 지하수 5개공(1일 600톤)을 개발해 자체 정화시스템을 통해 활용중이다. 추가로 온천과 지하수 개발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군은 1일 550톤의 지하수 사용 허가를 내줬다.

신안군은 1일 550톤 지하수 사용허가를 내줬다. 대형 리조트는 추가로 온천과 지하수 개발을 진행중이다.

라마다&씨원리조트의 객실은 533실인데 현재 415실과 부대시설이 우선 준공된 상태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2000여명의 외지인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은면 전체 인구가 2300여명임을 감안하면 전체 인구의 70%가 한꺼번에 섬에 몰리는 셈이다.

이 때문에 라마다&씨원리조트는 안정적인 지하수 확보를 위해 땅속 깊이 초대형 관정을 구축했다. 결국 주민들이 먼저 설치한 관정과 농업용수가 말라버렸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문치웅 이장은 “말라가는 모를 보면 애가 타는 심정이다. 가까스로 모를 심은 논도 추가로 물을 공급하지 못하면 죽기 때문에 눈치싸움도 일고 있다” 며 “전남도, 신안군, 지오건설측이 관정 실태조사를 실시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토목환경건축학과 교수 B씨는 “지하수는 공유자산이다. 행정기관이 사용승인을 내주기 위해서는 사업자 규명, 필요수량 조사 등을 검토해 1일 허가량을 산출하게 된다” 며 “특히 도서지역의 경우 상수도망이 원활치 못하고 가뭄피해가 큰 만큼 관정깊이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기준을 넘겼다면 특혜시비가 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신안군 한 관계자는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신안군 곳곳에 물부족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대형리조트 건설과 관정과의 연관성은 현재로서 단언할 수 없다”며 “지오그룹과 협의해 상관관계를 찾아보고 문제가 있다면 해결책을 모색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신안에는 당분간 큰 비 소식이 없다. 말라가는 논과 밭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입술도 검게 타들어 갔다.

30년동안 한번도 멈춘적 없는 관정은 현재 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서인주 기자
si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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